승승장구 휠체어컬링팀 “금메달도 자신 있다”

입력 2010-03-19 17:55

“1차 목표는 4강 토너먼트 진출이고, 최종 목표는 우승입니다.”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김명진(39)은 일본을 꺾은 뒤 믹스트존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승이라는 말은 의례적으로 하는 얘기로 비쳐졌다. 그러나 한국은 승승장구하며 4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금메달을 따겠다는 얘기가 허투루 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선수들은 경기 결과로 증명했다.

한국은 19일 캐나다 밴쿠버 패럴림픽 센터에서 열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9대 2로 가볍게 꺾었다. 한국은 1·2엔드 각 2점, 3·4엔드 각 1점을 차곡차곡 쌓으며 6-0으로까지 달아났다. 독일이 5엔드에 2점을 만회하자 한국은 6엔드에 다시 2점을 추가하며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독일은 7엔드가 끝났을 때 7점차로 벌어지자 승산이 없다고 보고 마지막 8엔드를 포기했다.

예선 최종성적 6승3패를 기록한 한국은 3위로 4강에 진출, 21일 미국과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맞붙게 됐다.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하면 한국은 같은 날 벌어지는 결승전에서 대망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예선 1차전에서 6대 9로 패했던 미국이 준결승 상대로 결정된데 대해 오히려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김우택 감독은 “긴장감 때문에 첫 경기에서 졌지만 미국은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라며 “선수들이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꺾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역대 전적에서도 훨씬 앞서 있다는 설명이다.

예선 1차전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미국의 경기를 면밀히 분석했고 이미 약점을 파악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경기 초반엔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경기를 하면서 컨디션을 상당히 끌어올렸다”며 “선수들 스스로도 미국은 무난히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캐나다를 꺾고 우승을 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캐나다와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했다. 미국전처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승산이 50%는 된다는 뉘앙스다. 그는 “캐나다 코치도 우리와 경기한 후 ‘컬링다운 경기를 했다. 결승전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건넸다”고 소개했다. 캐나다 역시 한국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휠체어컬링팀 주장 김학성(42)도 “캐나다전에서는 2번의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아쉽게 졌다”며 “다시 맞붙는다면 실수없이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밴쿠버=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