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라미, 15명 중 14위… 그래도 잘했다

입력 2010-03-19 17:55

출발할 때는 4번째였는데 들어올 때 그의 뒤에는 1명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보라미(24)는 활짝 웃었다.

서보라미는 19일 캐나다 휘슬러 패럴림픽 파크에서 벌어진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5㎞ 좌식스키에서 21분46초4를 기록해 14위를 차지했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15명이었으니 꼴찌를 겨우 면한 셈이다. 앞선 선수보다 5분여 늦게 결승선을 끊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경기장에 모여 있는 관중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서보라미는 경기 후 “첫 경기에서 스키가 부러지는 바람에 완주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완주를 해서 기쁘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난 15일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10㎞에서 언덕을 내려오다가 넘어졌고 뒷 선수와 부딪치면서 스키까지 부러지는 바람에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서 달렸고 특히 기록이 많이 단축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출전에 의미를 둔 경기였지만 완주한데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월드컵 대회에서 기록했던 34분대보다 무려 13분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서보라미는 “꾸준히 훈련하면 기록을 더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따야죠”라며 각오를 밝혔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노르딕스키 박기호 감독은 “보라미는 스키를 시작한 지 겨우 2년째고 제대로 훈련을 하기 시작한 건 1년밖에 되지 않는다”며 “1년만에 기록을 크게 단축시킨 만큼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구력과 체력을 꾸준히 기른다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박 감독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 현재 세계 정상권에 있는 선수들은 10년 이상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 이상 기록 단축의 여지가 많지 않지만 보라미는 이제 시작”이라며 “착실히 훈련을 하면 4년 뒤 소치 대회에는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휘슬러=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