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첨단 나노제품 절반 이상 인체·환경에 위해 가능성

입력 2010-03-19 18:08


서울대 기초교육원 연구팀과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조사결과, 현재 국내 시판중인 일상생활용 나노 제품 167개 가운데 절반 이상(52.7%)이 인체와 환경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 위해성이 제기된 제품은 화장품(27개), 장난감(15개), 가전제품(10개), 건축재(10개), 섬유(4개), 식품(3개), 세제(3개), 운동기구(1개), 기타(3개) 등 모두 76개였다. 또 환경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가전(2개), 세제(2개), 기타(2개) 등 총 6개로 파악됐다.

나노 기술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되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나노 물질 연구 개발 및 생산 가속화가 진행됨에 따라 나노 제품의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유해성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다. 1나노미터(㎚)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 약 8만분의 1에 해당된다. 나노 기술은 이런 나노미터 크기 원자나 분자를 자유자재로 조작해 신물질을 만드는 첨단 기술이다.

문제는 이런 미세한 나노 입자는 더 큰 물질에 비해 세포나 몸 속 기관을 자유롭게 뚫고 지나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뇌다. 원래 뇌는 독성 물질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단한 울타리가 쳐 있다. 하지만 미국 로체스터 의대 연구팀이 지름 35㎚인 탄소 입자를 쥐에 흡입시켜 관찰한 결과, 하루 뒤 뇌의 후각 부위에서 검출됐다. 나노 입자는 신경세포를 통해 뇌에 침투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몸안에 들어온 나노 물질의 98%는 48시간 안에 배출되지만 나머지 2%는 몸의 각 기관에 쌓이게 된다. 만약 독성이 있다면 중금속처럼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 2003년 미국항공우주국 존슨우주센터 연구팀이 0.1∼0.5㎎의 탄소나노튜브를 용액 형태로 쥐의 폐에 주입하고 관찰한 결과, 폐 조직을 손상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윤혜온 박사는 “일반적으로 나노 입자는 호흡기나 구강, 피부에 의해서도 인체에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정부는 나노 물질의 잠재적 유해성 연구에도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나노 산업 육성에만 치중하고 안전성 확보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미국 환경보호청은 ‘은나노’를 살충제로 판정하고, 탄소나노튜브를 신규 화학물질로 간주해 ‘제조전 독성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은 제품의 성분에 나노 함유 여부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나노 라벨링’ 제도를, 호주는 나노 물질에 대한 의무 표시제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