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올스타 출신 장철우 전도사 유소년 축구클럽 성음FC 창단

입력 2010-03-19 17:34


축구도 신앙도 기본기부터 다져야죠

경기도 성남의 축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대전의 레전드(전설)’로 불리던 장철우(39) 전도사가 유소년 축구클럽을 만들기 때문이다. 클럽 이름은 장 전도사 이름과 소속된 성남시 구미동 성음교회(허대광 목사) 이름을 따 장철우 성음FC다. 철저한 기본기와 신앙교육으로 세계적인 축구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게 성음FC의 다부진 목표다. 장 전도사는 1997년 대전 시티즌 창단 멤버로 2005년 은퇴할 때까지 9년간 274경기 23골 22도움을 기록했다. 프로축구 올스타에도 두 번이나 뽑혔다. 그런 그가 2005년 12월 갑자기 은퇴를 선언하고 신학교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어느 누구도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그의 아내와 부모까지도 말렸다.

다른 프로팀과 유소년 축구팀에서는 선수와 감독직을 제의해오기도 했다. 아직도 3년은 더 뛸 수 있는 체력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퇴하는 그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가족이나 부모의 반대, 명예와 물질은 제가 순종할 때 이미 부딪칠 각오를 했던 것입니다. 순종할 때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반대도 잠재워주셨습니다. 믿음의 순간에 계산을 한다면 광야가 아닌 애굽으로 가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들어선 광야의 길(신대원)은 험난하기만 했다. 리포트 쓰는 게 힘들어 신대원의 담을 넘고 싶은 생각을 수십번이나 했다. 그때마다 소명의 확신은 그를 신학의 자리에 단단히 붙들어 맸다. 열심히 신학공부에 파고들던 그는 구원론 과목에서만 딱 하나 낙제를 맞았다. 이후 그 교수의 강의를 녹음해 15번이나 들은 것은 순전한 축구선수의 오기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지금 신학자 못지않게 복음과 구원에 대해서 탁월한 논리를 갖게 된 것도 그때의 낙제 덕이다.

지난 2월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그에게 연락이 왔다. 성음교회 허 목사가 “새로 오픈하는 축구교실 감독을 맡아달라”는 것. 더군다나 신앙과 스포츠를 접목한 축구교실을 통해 다른 작은 교회에도 희망을 주고 싶다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평범한 목회를 꿈꾸던 그는 이때 ‘축구는 어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나에게 주신 평생의 달란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프로에 입문하면서 신앙과 멀어졌던 그는 서른 초반에 새롭게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의 박수 때문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기본기 등 그의 성실함은 타협을 모르는 그의 신앙과 닮아보였다. 장 전도사는 “난 선수 시절 시합 가는 곳마다 주일성수하고 예배드리면서 프로선수도 얼마든지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나에게 통한 게 아이들에게도 안통할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축구엔 ‘볼 리프팅’이란 게 있다. 볼 다루는 기술로 일종의 기본기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현역 프로축구 감독 중에 이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없다는 게 장 전도사의 설명이다. 이 테스트를 통과한 장 전도사는 그만큼 기본기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스포츠학 박사이기도 한 성음교회 스포츠센터 손명성 사무국장은 “장 전도사는 축구에 대한 탁월한 스킬뿐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학문적 깊이도 상당하다”며 “내가 만난 축구 지도자 중 최고의 지도자”라고 격찬했다.

장철우 성음FC 선수반은 축구 꿈나무들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정원은 20명이다. 재능은 있지만 경제여건이 안 되는 어린이들에겐 장학생 자격도 주어진다. 선수반과는 별도로 주 1회 정규반도 운영한다(031-716-0691).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