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판결 분석] 유명무실한 집유 기준… 3년이하형 111건 분석
입력 2010-03-18 21:30
(2) 감경 위주의 아동성범죄 판결
광주지법은 얼마 전 일곱 살 친딸을 4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반복 범행인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면서도 여러 참작 사유를 이유로 강씨를 풀어줬다.
지난해 7월 양형기준 시행 이후 선고된 만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 중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모두 111건이다. 분석 결과 강씨처럼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는 58.6%인 65건이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양형기준을 도입하면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집행유예 기준을 함께 시행했으나 일선 판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111건 판결 중 집행유예 기준에 따라 판단했다는 참작사유를 판결문에 기재한 경우는 38건(34.2%)에 불과했다.
집행유예 기준은 범행 동기, 과정, 결과 등을 부정·긍정적 요소로 구분해 주요 참작사유와 일반 참작사유로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주요 참작사유 중 부정적 요소가 긍정적 요소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 실형을, 반대의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강씨 사건은 주요 부정요소가 3개(반복 범행, 피해자 연령, 친족관계), 주요 긍정요소(처벌 불원)가 1개로 실형권고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동종 전과가 없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임신 중인 아내와 자녀 3명을 부양하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실형 권고영역에 속하더라도 일반 참작사유가 다수일 때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판사들은 이런 집행유예 기준에 대해 “기준에 맞춰 분석해도 결국은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한다.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데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해 국민 신뢰를 얻겠다는 당초 집행유예 기준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