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강간 살인’ 적용 물증 확보는 검찰 몫으로

입력 2010-03-18 21:59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의자 김길태(33)를 강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사상경찰서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길태로부터 추가 자백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DNA와 지문 등 기존 물증과 김길태의 자백, 그 밖의 정황증거 등을 바탕으로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사건 전모와 검찰 수사 방침=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중간중간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길태는 지난달 24일 오후 7시7분에서 8시50분 사이 이양 집에 침입해 혼자 있던 이양을 인근 빈집으로 끌고 가 수차례 성폭행했다. 이양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김길태는 이양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목을 눌러 살해한 데 이어 시신을 인근 옥상 물탱크에 유기했다. 이양 살해 시점은 24일 오후 8시50분에서 25일 오전 5시 사이로 추정됐다.

검찰은 19일 사건이 송치되면 김길태를 부산구치소 독방에 수감한 뒤 물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과학수사기획관실 소속 심리생리검사 2명, 행동분석 2명, 진술분석 3명으로 구성된 심리분석팀을 28일부터 부산지검에 파견, 수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남긴 것=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가 문제로 부각됐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오후 10시55분쯤 이양 실종 신고를 받고도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 지구대 경찰관 3명이 출동하고 무전으로 상황을 보고하는데 그쳤다. 즉각 대규모 인력을 동원, 인근 빈집을 철저히 수색했다면 김길태를 잡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모든 범행이 이양 집 반경 50여m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후 김길태가 이양 집 인근 빈집에 나타났지만 검거 기회를 수차례 놓쳤다.

김길태 검거 후 경찰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김길태의 자백에만 의존해 시신 유기와 성폭행 부분만 입증했을 뿐 살인 부분에 대해서는 물증 확보에 실패했다. 범행 당시 김길태가 신었던 신발이나 사라진 이양의 귀고리 등은 찾지 못했다.

허술한 성범죄자 관리도 지적되고 있다. 성폭행으로 8년간 수감됐던 김길태는 지난 1월 20대 여성을 또 성폭행해 수배된 상태였으나 특별한 제지 없이 덕포동 일대를 활보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재개발구역 치안 문제도 이슈로 대두됐다. 재개발 지역은 빈집이 방치되고 조명시설이 부족해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높지만 CCTV 등 범죄 예방 및 대응 장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이번 사건에서 확인돼 관계 당국에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