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백댄서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이돌 그룹 대형화로 설자리 줄어
입력 2010-03-18 09:32
무대 뒤에서 파워풀한 춤으로 가수를 빛내주던 백댄서가 사라지고 있다. 어느 새인가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백댄서의 모습을 TV화면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일 KBS 뮤직뱅크 총 22명의 출연진을 분석한 결과 백대서가 무대에 오른 팀은 8팀(약36%) 정도였다. 출연진 대부분의 음악이 댄스 장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댄서의 실종은 특기할 만하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요 순위 프로그램 무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그 많던 백댄서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전문가들은 가요계가 아이돌 그룹 위주로 판도가 바뀐 최근 2∼3년 사이에 백댄서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고 말한다. 제국의 아이들(9명), 슈퍼주니어(13명), 소녀시대(9명) 등 현재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은 10명 내외로 꾸려져 있다. 10년 전 3∼5명이 위주였던 댄스 그룹에 비하면 규모가 2배다. 아이돌 그룹의 대형화는 2005년 동방신기 이후로 가속화됐다. 2007년 슈퍼주니어를 시작으로 2008∼2009년에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표 참조). 그룹 멤버들만으로도 무대를 꽉 채우다보니 자연스레 백댄서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안무가와 댄서 양성소인 DM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요즘에는 10명을 넘기는 그룹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백댄서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솔로 가수 시장에서는 댄스는 주춤하고 발라드 위주로 짜이다 보니 상황은 더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제로 댄스아카데미’ 관계자도 “확실히 예전보다는 백댄서 수요가 줄었다”고 밝혔다.
신인 그룹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백댄서 기용을 꺼리는 경향도 한몫한다. 무대에서 그룹 멤버와 댄서 간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KBS 뮤직뱅크 관계자는 “예를 들어 ‘포커즈’의 경우 백댄서가 서는데 누가 가수고 누가 댄서인지 구분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경우 매니저와 기획사에서는 무대 뒤에 댄서를 따로 세우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댄서의 실종은 대중가요계에서 노래와 함께 한 축을 맡아온 댄스의 질적 저하로 귀결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용단 ‘핫칙스’를 이끌고 있는 전홍복 단장은 “아이돌 그룹이 선보이는 포인트를 강조한 안무는 특정 동작만 강조하기 때문에 (댄스라기보다) 율동에 가깝다”면서 “백댄서가 사라질수록 진정한 대중 댄스를 볼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스틴 팀버레이크나, 비욘세 등 세계적인 댄스 가수들은 그의 안무팀이 덩달아 유명할 정도로 세계적인 콘텐츠다. 댄서들이 설 무대가 좁아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