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계열사 사외이사 산업은행 출신 ‘낙하산’ 논란

입력 2010-03-18 18:30


산업은행 주도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산은 출신 퇴직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해 논란을 빚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등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외이사에 산은 출신 퇴직임원을 한명씩 추천했다.

금호타이어는 1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하면서 후임에 이병락 전 산은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추천했다.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4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하면서 각각 반기로 전 산은 재무관리센터장과 이성근 전 산은 기업금융본부장을 모셔왔다. 금호산업은 이정수 전 산은 투자금융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금호 계열사의 주채권은행인 산은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옮기는 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사외이사에 주채권은행 출신 인사가 선임되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때 야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채권자들이 주채권은행의 조정에 불신을 갖게 되고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협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금호그룹이 산은 출신 인사들을 끌어들인 것은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하기보다 로비를 통해 주채권은행과의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가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산은 출신 퇴직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근거 및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만약 산은이 이번 사안을 퇴직임원에 대한 보상의 기회로 생각한다면 이는 도덕적 해이”라고 강조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