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밀려드는 외국인 자금 이달 주식 3조 넘게 사들여
입력 2010-03-18 21:23
외국인들의 ‘바이(Buy) 코리아’ 바람이 거세다. 올해 들어 주춤했던 주식 매수세가 다시 폭발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국내외 금리 차와 채권값 상승(금리 하락)을 노려 채권 매수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시장에 호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자본 유·출입 규제가 완전히 폐지된 상황에서 분위기가 역전돼 이들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예상되는 충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밀려드는 외국인 투자=1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주식 3조3969억원을 쓸어 담았다. 지난 두 달간(1월 7245억원, 2월 -197억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채권 투자는 확대일로다. 올해 외국인 채권(장외시장) 순매수 규모는 월평균 5조7944억원으로 지난해 월평균치보다 32.7%(1조4272억원) 증가했다.
외국인이 국내 금융시장 투자를 늘리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경제의 견고한 회복세다. 기업실적과 각종 경기지표 호전은 여전히 선진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채권시장은 조만간 씨티글로벌채권지수(WGBI)에, 국내 증시는 오는 6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공산이 크다.
다시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유동성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은 고용창출, 일본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방지, 중국은 수출에서 내수로 경제체질 변화 등을 이유로 경기부양을 지속할 방침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과 금리인상 유보 움직임을 미리 읽고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뭉칫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15개월째 지속되는 미국(0∼0.25%)과 일본(0.1%)의 낮은 기준금리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2%)으로 달러화 또는 엔화의 캐리트레이드(저금리 국가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달러를 빌려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하면 17일 현재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 다른 신흥국보다 최소 0.7∼1.2% 포인트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를 빌리는 금리(리보, 3개월물)가 3월 초부터 달러화보다 낮아지면서 엔 캐리트레이드가 부활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급격한 자본유출 우려=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생명, 인천국제공항공사, 포스코건설 등 대형회사 상장이 예정돼 있어 외국인 자금이 더 밀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장기투자보다는 단기 수익을 노린 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커진 셈이다. 실제 외국인은 대한생명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8200원을 웃돌자 이틀 동안(17∼18일) 609억원을 팔아 차익을 챙겼다. 채권시장에서는 1년 이하 단기물 위주로 매입하고 있다. 또 외국인은 국고채의 10%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로 대형주를 사들이고 있다. 매도세로 돌아서면 시중금리와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며 “언제 유출로 흐름이 바뀔지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빠져나갈 조짐을 보일 경우를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외국인 투자 추세가 일단 만들어지면 한동안 지속됐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