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외국기업 ‘찬밥’… 국내회사 육성 치중·인건비 상승 맞물려 이중고
입력 2010-03-18 18:21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수년간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외국 기업에 각종 특혜까지 부여하며 ‘러브콜’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가 급성장하고 자국 기업 육성에 치중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상대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AWSJ)이 18일 보도했다.
저렴했던 인건비는 상승하고, 정부 차원의 특혜는 거의 사라졌다. 경제 민족주의 정서까지 나타나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 초기 막대한 투자를 하고 결실을 눈앞에 둔 외국 기업들이 찬밥신세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인 대외개방 방침과 외국 기업에 대한 배려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외국 기업은 많지 않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 보호정책에 적극 나서는 데다 자국 기업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의 제품에 대한 규제 등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컴퓨터, 통신 등 첨단 분야에서는 ‘토종 기업’을 적극 육성하려는 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외국 기업의 투자는 기술이전을 전제로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엔 중국 저장(浙江)성 공상행정관리국이 30개 해외 의류브랜드를 대상으로 샘플조사를 실시해 베르사체, 휴고보스 등 48개 유명 제품이 품질 기준에 미달한다며 압수하기도 했다. 한 외국 기업 임원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이뤄진 개방의 자유가 점차 정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외국 기업 임원은 “지금은 중국 당국이 칼자루를 쥐고 외국 기업을 관리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