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판결 분석] 지나친 ‘온정’이 ‘위법 판결’까지

입력 2010-03-18 18:37

(2) 감경 위주의 아동성범죄 판결

최대한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법원의 온정적 판결 관행과 복잡한 양형기준이 얽혀 위법한 판결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대전지법 홍성지원은 지난해 8월 10세 여아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박모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물놀이를 하던 아동을 다리 밑으로 유인해 하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 사건은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인 만 13세 미만 아동 대상 강제추행 사건이지만 재판부는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폭행·협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형기준상 형량범위가 징역 1∼3년에 해당하는 감경영역이라고 판단했다. 또 박씨가 반성하고 있는 점, 벌금형 외에 별다른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감경영역의 하한인 징역 1년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위법한 판결에 속한다. 양형기준은 권고적 효력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형법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형 감경(가중) 영역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정형을 작량감경한 형량(징역 1년6개월)이 양형기준 형량범위보다 높으면 법정형 감경 형량을 하한으로 삼아야 한다. 만일 법률상 감경(심신미약 등) 사유가 있어 작량감경과 함께 2차례 이상 형이 깎였다면 1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1차례만 감경한 이 사건에선 1년6개월이 하한선이다. 양형기준 자체가 법정형보다 낮게 설정됐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박씨와 검찰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제기할 수 있지만 원심 판결이 위법하다는 결론이 내려져도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박씨에겐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