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우룡 이사장 할 말이 더 있는가

입력 2010-03-18 18:16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김 이사장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8일 김재철 MBC 사장이 단행한 임원과 계열사 사장단 인사 뒷얘기를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공치사를 하고 싶어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귀를 의심할 정도로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다. 임원 인사에 권력기관이 개입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MBC를 국영방송화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이라면 MBC의 공영성(公營性)을 뿌리째 뒤흔드는 중대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얘기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MBC 임원 인사는 김 사장이 한 인사가 아니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고 했다. 또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됐다. 김 사장의 역할은 좌파 청소부”라며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가 첫 번째 (사장 선임) 기준이었다”고 공개했다. 스스로 물러난 엄기영 전 사장에 대해서는 “어차피 내보내려고 했는데 자기 발로 걸어나갔으니 120% 목표 달성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파문이 거세지자 인터뷰 내용이 과장됐다고 발뺌하기에 급급한 김 이사장의 자세는 떳떳하지 못하다. 그런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MBC 임원 인사권을 갖고 있는 방문진의 최고 책임자가 한 얘기인 만큼 당사자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게 마땅하다. 야당 측 방문진 이사와 MBC 노조의 문제 제기가 아니더라도 김 이사장의 리더십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버틸수록 구차하고, 초라해질 뿐이다. 결심은 빠를수록 좋다.

방문진은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정당국의 힘도 빌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권의 꼭두각시’라는 세간의 의혹을 씻을 수 없다. 아울러 최근 김 이사장 연봉을 1억2000만원에서 1억4000만∼1억5000만원으로 인상한 것도 당장 원위치시켜야 한다. 지난해 말 2010년도 경영지침을 통해 MBC에 강도 높은 경영혁신 및 구조합리화를 지시한 방문진이 한 일도 별로 없는 이사장 연봉을 20%나 올린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