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장공모제 확대, 방향은 좋은데
입력 2010-03-18 18:16
교육과학기술부가 그제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교육비리 근절 대책을 보고했다. 현재 5% 정도로 시범운영중인 초중고교 교장공모제를 50%까지 확대하고 교장과 시도교육청 인사담당 장학관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것은 일단 방향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시범운영 결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확대를 결정한 측면이 있다. 또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개혁적이라기 보다는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일반학교 교장공모제 대상을 교장자격증을 갖고 있는 초빙형공모제로 한다는 것은 무늬만 공모제일 뿐 기득권을 갖고 있는 교장단의 입지만 넓혀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 교육계의 가장 큰 문제가 교장들의 비리와 무능인데, 기존 풍토에 젖을 대로 젖은 교장들에게 계속 학교를 맡기되 선발 방법만 달리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연임이 끝난 교장들의 정년 연장 수단이 될 게 뻔하고, 정부기관장이나 금융기관장 공모제에서 보듯 권력기관을 동원한 청탁 등 또 다른 비리가 개입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중앙대 교육학과 이일용 교수가 “공모제의 핵심, 즉 우수 교사에서 바로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빠졌다”고 한 지적은 백번 옳다.
그나마 교장 풀(pool)도 결원 대비 130%에서 150%로 겨우 20% 포인트 늘려 모양새만 갖추려 했다. 현 교장자격증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공모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자격증 소지자가 현직 교장의 최소 2배에서 4배는 돼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또한 교장자격증에 연연하지 말고 외부인사 임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
우수 교장을 양성하려면 무엇보다 후진적 승진 시스템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차라리 올해부터 실시하는 교원평가제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는 교사에게 연수교육 후 교장 자격을 주는 것이다. 교원 평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는데 교장자격 취득 점수는 잘 쌓은 교사에게 교장자격증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