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아수라장 속 선관위 구성은 했지만...
입력 2010-03-18 17:37
[미션라이프] 18일, 감리교는 무참했다. 감독회장 재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소집하려는 본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선(先) 총회 측이 정면충돌하면서 회의장 주변은 전쟁터가 됐다. 십자가 앞에서 몸싸움과 욕설이 뒤엉켰고, 분홍색 소화기 분말 가루가 본부를 뒤덮었다.
오전 10시30분 서울 태평로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16층. 회의는 오후 1시부터지만 이미 끊어질 듯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본부가 모집한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재선관위 소집 장소인 대회의실 앞 복도에 도열했다. 재선거 진행을 지원하기 위해 모인 목회자와 성도들이지만, 일부는 시큐리티(security)라고 쓰인 점퍼를 입고 있었다. 본부 관계자는 “회의 진행을 돕기 위해 경호요원 20명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 앞을 선(先) 총회 측 인력 수십명이 에워쌌다. 양쪽은 카메라 촬영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고, 회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곳곳에서 몸싸움과 욕설이 오갔다.
오후 1시가 넘었지만 회의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일부 재선관위원들은 “시간이 다 됐는데 재선거에 동의하는 선관위원만 소집해서 숨어서 하는 회의가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시20분쯤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과 선관위원들이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회의실에 들어갔다. 회의실을 수호하려는 본부 측과 회의를 막으려는 선 총회 측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어느 쪽에선가 소화기가 분사되면서 복도는 온통 매캐한 냄새와 분말가루로 뒤덮였다. 몇 차례 소화기가 분사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머리와 옷에 분말을 뒤집어 쓴 채 서로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며 난투극을 벌였다.
회의실 문은 몇 분 뒤에 뚫렸다. 선관위원들이 있던 회의실도 금세 난장판이 됐다. 선 총회 측이 이 직무대행을 둘러싸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리고 그를 회의실 맞은편에 있는 집무실로 몰고갔다. 이 직무대행은 집무실로 들어갔고, 그 앞은 다시 본부 측 인사들이 막아섰다. 이번에는 집무실 문 앞에서 대치가 이어졌다.
중년의 자원봉사자 한 명이 분말 가득한 복도에 드러누워 한참을 울부짖다 실신했다. “아버지, 아버지. 주여, 이게 뭡니까.”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대치는 풀리지 않았다. 이 직무대행은 경찰에게 “귀가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총회 측 인사들은 “이 직무대행이 오늘 회의는 무효라고 선언할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맞섰다. 출동한 경찰 수가 늘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 시각, 본부는 근처 한 교회에서 재선관위 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그 전 본부에서 몇 분간 회의가 진행될 동안 이 직무대행이 회의 속개를 선언했고, 강환호(대산교회) 목사를 재선관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는 설명이다. 회의는 최효석 목사를 서기로 선임하고, 각 분과위원장 등 나머지 조직은 임원들에게 위임키로 결정한 뒤 20분 만에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재선관위 구성이 된 셈이다.
그러나 선관위원 정족수 문제, 이번 회의 진행의 정당성 문제 등은 두고두고 분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 총회 측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본부에 남아 있었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