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쪽지] 한국 컬링팀 왜 이렇게 잘하느냐 질문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입력 2010-03-18 18:39
2010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휠체어컬링 경기가 열리고 있는 밴쿠버 패럴림픽 센터. 18일(한국시간) 오전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제게 할아버지 자원봉사자가 한국인이냐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하죠? 훈련은 어떻게 했나요?”
한국 선수들이 이 정도 실력인 줄 상상도 못했다는 얘기였습니다. 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저는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컬링 경기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패럴림픽 전까지 한국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제가 해줬던 말은 “한국이 휠체어컬링 세계 랭킹 4위라는 건 알고 있나?”였습니다. 밴쿠버에 와서 선수들에게 들었던 얘기였습니다. 그는 “정말 그러냐? 몰랐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우리 캐나다팀을 빼곤 가장 잘하는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습니다.
현지 교민들은 ‘캐나다에선 인구 3000명만 되면 컬링장이 하나 생긴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컬링은 보편화되어 있고 남녀노소 모두가 잘 알고,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한국에는 컬링 전용 경기장이 경북 의성과 태릉 아이스링크 2곳이 있지만 휠체어컬링 선수들에게는 그 시설마저도 접근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일반 컬링 대회 일정도 있고 장애인 선수들에게 대관을 꺼리는 등의 이유로 휠체어컬링 선수들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애인체육 종합훈련원의 수영장에 임시로 얼음을 깔아 패럴림픽을 준비했습니다. 관심도 적고 여건도 열악했지만 한국팀은 각국 선수단과 캐나다인들에게 ‘대한민국’을 선명하게 알리고 있습니다.
밴쿠버=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