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흉흉한 민심 와중에… 화폐개혁 실패 책임 물어 박남기 재정부장 총살說

입력 2010-03-18 21:43

지난해 말 북한의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남기(76)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지난주 평양에서 총살됐다고 18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지난주 평양시 순안구역의 한 사격장에서 박 부장을 총살했다”며 “화폐개혁의 실패로 민심이 악화되고 김정은 후계체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자 모든 책임을 박 부장에게 씌워 반혁명분자로 처형했다”고 밝혔다. 이들 소식통은 또 “박 부장에게 ‘혁명대오에 잠입한 대지주의 아들로서 계획적으로 국가경제를 말아먹었다’는 죄목이 씌워졌다”면서 “‘고난의 행군’ 때 처형된 서관희 전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 사건과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서 전 비서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기간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해 민심이 악화되자 1997년 9월 평양에서 간첩 죄목으로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됐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단파 라디오 자유북한방송도 함경북도 청진시 통신원을 인용해 권력층 내부에서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박 부장이 모든 책임을 진 채 3월 초 총살됐다는 소문이 평양에서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까지 박 부장의 총살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화폐 개혁의 후유증으로 여러 가지 루머는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 부장의 총살설까지 나도는 것으로 미뤄볼 때 화폐개혁 실패로 북한이 극심한 혼란에 휩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쌀값은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난해 12월초 ㎏당 20원에서 18일 현재 넉 달도 안돼 많게는 1450원까지 70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최근 신의주에서만 올해 2월까지 약 300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과거 총살설이 돌았지만 결국 지방 기업소로 좌천된 것으로 확인된 고위 관료도 적지 않기 때문에 박 부장의 총살설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아무리 북한 체제가 폐쇄적이더라도 두 달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한 사람을 법적 절차도 없이 총살형에 처했다는 것은 의아스럽다”면서 “공개 처형이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