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놀라게 한’ 수감자들… ‘인터넷 살인예고 군인’ 탈옥 시도

입력 2010-03-18 18:07

2008년 11월 경북 청송군 청송교도소에서 탈옥이 아닌 ‘잠입’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서 이웃을 흉기로 찌르고 도망 다니던 박모(64)씨가 교도소 비상대기숙소 15동 105호 창문을 넘어 침입했다. 불을 지르려다 붙잡혔다.

젊은 시절 청송보호감호소(1980년 제정된 사회보호법에 따른 보호감호제도가 2005년 폐지되며 명칭이 청송교도소로 바뀌었다)에 수감됐던 그는 자신을 괴롭힌 교도관에게 복수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치료감호가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법정에 선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재판장님, 차라리 징역 살게 해주세요. 다시는 감호소에 못가겠습니다.” 재판부가 1심처럼 치료감호를 선고하자 불만을 터뜨렸다.

“할 말 있으면 해보세요.” 재판장이 발언 기회를 줬다.

“청송감호소에서 너무나 많은 가혹행위를 당해… 여덟 번이나 청송에 찾아갔지만 사과 받지 못하고… 그래서 죽이려 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고….”

장황한 발언이 끝나자 재판장이 말했다. “그래서 치료감호를 받으란 겁니다. 요즘 감호소는 청송에 비하면 호텔급입니다.”

지난 9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 일반병동 201호 스테이션(환자관리실). 간호사와 직원이 머물며 병실을 감독하는 공간에 들어서자 수감자 70여명이 한눈에 들어왔다. 박씨는 침대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명은 정신분열증. 의료진이 6개월간 기록한 소견은 ‘정신이상 증세가 만성화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등이다.

국립법무병원은 치료가 필요한 성범죄자 외에 일반 정신질환자와 약물중독자도 수용한다. 1980년대 인권유린의 상징이던 청송감호소와는 완전히 다른 시설이다(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16일 보호감호제도를 다시 도입해 청송교도소를 보호감호시설로 재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곳에는 800여명이 수용돼 있다<표 참조>. 최상섭 원장은 “청송감호소는 범죄자를 이중 처벌(징역형+감호 처분)했지만 치료감호소는 병을 고쳐 재범을 막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5월 국군수도통합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권투선수 출신 황모 일병이 탈영했다. 여자친구를 불러내 흉기로 찌르고 인터넷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뒤 검거됐다. 헌병대는 정신감정을 위해 그를 국립법무병원에 보냈다.

정신감정엔 보통 4주가 걸리는데 그는 2주 만에 감정이 끝났다. 여기서도 탈옥을 시도했다. 일주일간 직원들 말에 잘 따르다 복도로 나가는 철창이 잠시 열린 순간, 옆에 있던 덩치 큰 직원 두 명의 턱에 ‘원투펀치’를 꽂았다. 다른 직원 10여명이 뛰어나와 간신히 붙잡은 그의 진단명은 혼재성 인격장애. 연쇄살인범 정남규와 같은 병명이다.

병원은 ‘정신질환이 있지만 의도적 범행 가능성도 있어 치료보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헌병대로 돌려보냈다.

고(故) 최진실씨 유골함 도굴범 박모(42)씨도 정신감정을 위해 지난달 26일 수감됐다. 박씨는 정신질환 증세를 호소하지 않았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감정을 의뢰했다.

최 원장은 “정신질환자는 병에 대한 자각능력이 없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안양 혜진·예슬양 살해범) 정성현 같은 사이코패스는 정신감정 때 죄책감도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치료감호제가 정착되면서 교도소 대신 병원에서 징역기간을 보내려는 꾀병환자도 생기기 시작됐다. 정신감정을 받기 위한 수감자의 30%는 스스로 정신질환자라고 주장한다. 발생하는 꾀병환자는 1년에 10여명 꼴. 꾀병 작전이 과연 통할 수 있을까.

“감정기간이 4주인 건 이유가 있어요. 아무리 훌륭한 배우도 24시간, 한 달 내내 연기할 순 없죠. 우린 눈빛만 봐도 알아요.” 19년간 이곳에서 근무한 최 원장이 자신 있다는 듯 웃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