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가난한 아이들이 위험하다… 오후 2∼5시를 지켜라
입력 2010-03-18 17:55
가난한 아이들이 위험하다. 이들이 사는 동네는 치안이 강화돼야 한다. ‘김길태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자 경찰청은 11일 전국 재개발 지역 순찰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추가로 설치될 경찰 초소와 CCTV(폐쇄회로TV)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지난 14일, 초등학생 혜진이와 예슬이가 2007년 12월 25일 다녔던 길을 걸어보았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8동 상록마을. 두 아이가 납치돼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뒤 치안이 대폭 강화된 곳이다.
당시 아이들은 오후 2시40분쯤 집에 가려고 안양문예회관 앞을 지나 안양8동사무소 근처까지 걸었다. 그 길은 왕복 2차로다. 꽤 번화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납치된 주택가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골목길은 성인 남자도 혼자 걷기 두려울 만큼 을씨년스러웠다. 골목 어귀에 CCTV가 있다. 사건 뒤 새로 설치됐다. 이를 포함해 상록마을 CCTV는 3대. 그런데 동네엔 그물처럼 깔린 수많은 골목이 있다. 모두 감시망에 넣기란 불가능하다.
2008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 대상 성범죄 2800건을 분석한 결과, 오후 2∼5시 발생이 81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594건이 오후 3∼4시에 집중됐다. 학교에서 돌아와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장위동 은지와 민희가 성추행 당한 그 시간대다.
혜진 예슬이가 다녔던 명학초등학교는 지난해 6월 ‘명학사랑방’ 개소식을 가졌다. 경기도가 두 아이를 잃고 시작한 꿈나무안심학교 사업. 맞벌이, 한부모,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저녁 9시까지 학교에서 돌본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지난해부터 전국 초등학교 4622개 학급을 대상으로 종일돌봄 교실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부연구위원은 아이들을 지키려면 이런 ‘사회적 돌봄’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성범죄는 신고된 것보다 148배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전자발찌 같은 가해자 규제론 한계가 있어요. 학교에서 부모에게 인계되는 과정의 공백이 메워지지 않으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근절되지 않습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