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시각서 美 역사를 보다… ‘미국사 산책 1∼5’

입력 2010-03-18 17:43


강준만/인물과사상사/미국사 산책 1∼5

미국은 한국 현대사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국가다. 일제 패망 후 남한에 주둔해 군정을 실시했고, 한국전쟁 때도 연합군의 주도국으로 참전했다. 미국은 이후에도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을 떠나서는 한국 현대사를 논하기 힘들지만 국내에서는 ‘친미냐, 반미냐’는 이분법에 가로 막혀 미국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현대사 산책’(전18권)과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높이는 시도를 했던 강준만(54) 전북대 교수가 이번에는 미국의 역사를 통합적 시각에서 다룬 역사서를 선보였다.

‘미국사 산책’으로 이름 붙여진 책은 신대륙 발견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사의 큰 줄기를 빠짐없이 살펴본다. 거시사에서 미시사, 사회사에서 일상사, 정치사에서 지성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미국의 다양한 얼굴을 펼쳐보인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 뉴잉그랜드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이 건국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국에 맞선 독립전쟁, 헌법의 제정과 비준, 건국, 멕시코 전쟁과 ‘골드러시’로 대변되는 서부 개척시대, 대륙횡단철도 건설, 남북전쟁, 자동차와 영화의 발명, 노동 생산성의 혁신을 불러온 포드주의 출현 등 미국사를 형성해 온 주요 사건들이 망라돼 있다. 미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 루터·칼뱅의 종교개혁, 청교도 혁명과 표현의 자유투쟁,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등 미국 밖에서 벌어진 사건들도 수시로 넘나드는 게 특징이다.

강 교수는 “미국은 1차적으로 유럽 이주민들이 만든 나라이기 때문에 그들이 떠나온 유럽의 상황을 알아야만 미국에 대한 이해가 온전히 이뤄질 수 있다 게 나의 생각”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국사를 중심으로 한 세계사’인 셈이다.

그는 “친미·반미 이분법이 우리의 미국에 대한 이해를 망치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사를 서술하면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애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워드 진이나 노엄 촘스키처럼 미국에 비판적인 진보 학자들의 저서들도 활용했지만 그들의 반대편에 있는 저자들의 목소리도 가감없이 전달하려 했다는 것. 그는 “어느 한쪽만 과장되게 이야기하는 기존의 반(反)통합적 미국사와는 결별하고 미국의 명암을 동시에 살펴보려 했다”고 밝혔다. ‘미국사 산책’은 총 15권이 발간될 예정이며 1차분으로 1∼5권이 먼저 나왔다. 각권 1만4000원.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