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농축 핵 한 번에 교환할 수 있다”

입력 2010-03-17 23:48

이란이 자국 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서방의 핵 연료봉과 한꺼번에 교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방 간 핵 협상에서 서방이 제시한 방안에 가장 근접한 것이어서 향후 협상의 귀추가 주목된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17일 이란 일간지 자완(Jawa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 영토 안에서 1200㎏가량의 저농축 우라늄을 서방의 연료봉과 단 한 번에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은 3.5% 농도다. 핵무기 원료로 사용 가능한 80% 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서방은 이란의 이런 저농축 우라늄이 언젠가는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다며 이란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을 추진해 왔다.

서방은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축 우라늄의 70% 이상(약 1200㎏)을 국외로 반출한다면 이를 재가공한 뒤 이란에 의료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연료봉으로 만들어 되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란이 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한 번에 내줄 순 없다며 400㎏을 우선 반출한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추가로 반출하는 방안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핵 협상은 지난해 10월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자국 영토 내에서의 동시 교환’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한 번에 내줄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란이 전향적 자세를 보임에 따라 이란과 서방 간 핵 협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 진영은 핵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이란에 대해 4차 유엔 제재를 부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추가 제재에 난항을 겪어 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