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티켓파워… 뮤지컬계 “웰컴, 아이돌”
입력 2010-03-17 23:58
아이돌 스타들이 창작 뮤지컬까지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이돌 스타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티켓파워 덕분에 뮤지컬계에서 선호하는 흥행 아이콘으로 각광받아왔다. 20∼30대 젊은 여성 중심인 뮤지컬 시장에서 10대 관객을 개발한다는 시장 확대의 의미도 있었다. 최근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한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보여준 티켓파워는 뮤지컬 제작사가 왜 아이돌 스타를 원하는 지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녀시대 태연은 뮤지컬 ‘태양의 노래’로 신고식을 치른다. ‘태양의 노래’는 덴카와 아야가 2006년 5월 출간한 소설로 영화, 드라마 등으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 가수 유이가 작사 작곡한 영화 주제곡 ‘굿바이 데이즈’는 큰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인기 여배우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인공 카오루 역을 연기했다.
‘태양의 노래’는 색소성건피증을 앓아 빛을 볼 수 없는 주인공 카오루와 그를 좋아하는 서핑선수 코지가 만드는 이야기다. 매일 저녁 기차역에서 노래를 부르는 카오루에 마음을 빼앗긴 코지는 자신이 아끼는 서핑보드를 팔아서 카오루의 CD를 제작하겠다고 나서고 카오루는 코지를 위해 열심히 노래를 만든다.
서울시뮤지컬단 관계자는 “태연은 당장 뮤지컬 무대에 올라도 될 정도로 충분히 역량이 있는 실력파 가수라고 판단했다”면서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태연을 떠올렸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또 “태연의 출연 사실이 알려지면서 티켓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월 9일부터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02-399-1772).
‘형제는 용감했다’로 뮤지컬 데뷔를 하는 샤이니의 온유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유의 3회 출연 공연 티켓 2400장이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됐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경북 안동 종갓집을 배경으로 서로 으르렁대는 석봉, 주봉 형제가 아버지의 유산인 1등 당첨 로또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온유는 서울대 출신이지만 매사에 부정적이고 욱하는 성격의 동생 주봉 역을 맡는다. 홍록기, 김재만, 이지훈 등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4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된다(02-738-8289).
이들의 뮤지컬 진출이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몇몇 아이돌 스타는 제대로 연습에도 참가하지 않는 등 준비부족으로 관객에게 실망을 끼치고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한 뮤지컬 제작자는 “우리가 봐도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쩌나하고 불안할 때가 있을 정도로 연습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바쁜 스케줄 때문에 연습에 ‘올인’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