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원 개선안 내용·의미… 인사제도 대수술 ‘사법 불신’ 해소
입력 2010-03-17 21:21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가 17일 발표한 법원제도개선안의 핵심은 대법관과 판사 인사 제도를 확 뜯어고치는 것이다. 서열 위주의 법관 승진 구조와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으로는 대법원의 업무 부담 등 단골 과제는 물론 최근 법관의 판결 편향성 논란으로 불거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법관 증원 가능할까=한나라당은 대법관을 24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당초 논의하던 18∼20명보다 더 늘었다. 대법관의 업무 과중 해소를 위해 상고 제한 제도를 검토했으나 국민의 재판권 침해 우려가 있어 도입하지 않고 대신 대법관 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또 3분의 1은 비법조인 출신으로 임명, 대법관을 다양하게 구성함으로써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대법관 증원에 소극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묘한 대법관 인사 문제가 걸려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곧바로 법관으로 임용되는 기존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경력법관제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조직 해체 주장에서 한발 후퇴=한나라당이 법원 내 사조직 문제를 강제하는 별도 규정의 입법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소 의외다. 한나라당은 우리법연구회 사태 이후 줄기차게 법원 내 사조직을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사개특위 법원제도개선소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법원윤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우리법연구회가 발전적 방향으로 개편되거나 해체될 수 있으리라 본다”며 “이념, 정치 지향적인 법원 내 사조직은 해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 “사법부 독립 훼손” 반발=국회 사법제도개선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한나라당이 법관 인사 제도의 합리성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한 법관인사위원회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관 인사위원회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 등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려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양형위에서 세부적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노동당에서도 판사 권한의 핵심은 양형인데 이를 대통령 직속기구인 양형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한나라당이 도입키로 한 영장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제도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 제도는 법원의 영장 발부 또는 기각 결정에 대해 검찰뿐 아니라 피의자도 항고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검찰이 도입을 주장해왔다. 법원과 검찰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사실상 검찰 손을 들어준 셈이라는 것이다. 야권이 이같이 반발함에 따라 향후 국회 사개특위 논의 과정뿐 아니라 입법 과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