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청년실업률이 통계방식 때문이라고?

입력 2010-03-17 20:58


지방 국립대를 다니던 H씨(25·여)는 지난해 2월 졸업과 함께 모교에서 청년인턴 일자리(①취업자)를 구했다. 졸업 전 입사에 실패한 그가 임시로 택한 일이었다.

그러나 6개월의 인턴기간이 끝나도록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8월 ②실업자로 전락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자 영어학원을 다니며 취업용 ‘스펙(이력) 보수작업’(③취업준비생)에 나섰다. 이후 하반기 기업 공개채용에 도전했지만 ‘불합격’ 통지(④실업자)를 받았다. 하는 수 없이 지난해 말 ‘울며 겨자먹기’로 근무했던 대학 사무실의 인턴 제안에 응했지만(⑤취업자) 자신보다 어린 신입 교직원의 입사가 시작되자 인턴마저 접었다(⑥실업자). H씨는 현재 ⑦구직단념 상태다.

지난달 10%로 치솟은 청년실업률에 대한 기획재정부 설명은 단순하다.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일부가 경제활동인구로 넘어와 그 숫자가 커졌다”는 것. 재정부의 설명처럼 H씨도 지난 1년간 통계청 고용분류상 7번 자리바꿈을 했다. 경제활동인구인 취업자와 실업자를 오가다 비경제활동인구인 취업준비생을 거쳐 현재 구직단념자가 됐다.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언제든 구직원서만 쓰기 시작하면 바로 실업자에 포함된다. 잠재된 청년실업자가 실제 청년실업 통계를 웃돈다는 뜻이다.

◇취업애로계층 380만명 육박=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토대로 실업자 외에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 ‘쉬었음’ 인구 등 취업애로계층을 집계해보면 379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만8000명 늘었다.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모두 증가세를 보인 반면 쉬었음 인구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8%(18만9000명) 줄었다. 정부도 이를 주목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청년층(15∼29세)의 경우 쉬었음 인구 감소폭(8만2000명)이 실업자 증가폭(6만1000명)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업자 증가의 원인이 그동안 쉬고 있던 청년들의 구직활동 전환에 있다는 의미다.

◇실업·취업 동반 증가세…3월 이후 고용상황은=청년 실업률이 크게 높아졌는데도 정부는 고용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근거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한 점을 들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실업자 수가 늘었지만 취업자 수도 함께 늘었다”며 “취업·실업의 동반 증가 자체가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 내외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전체 실업률도 희망근로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3월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민간 고용시장의 회복 속도가 느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의 자생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직에 나서는 인력들을 고용시장이 흡수하지 못할 경우 실업률의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고용이 완연한 개선 움직임을 보이려면 구직자를 흡수할 계약기간이 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