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사장, 골프채 선물할 것이라고 말해”… 한 전 총리 수뢰혐의 5차공판
입력 2010-03-17 18:31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5차 공판에서 “2002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를 주기 전 ‘선물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전 대한통운 서울지사장의 진술이 나왔다.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참여정부에서는 총리가 공기업 사장 선임에 관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 전 수석은 “곽 전 사장을 발전 관련 공기업 사장으로 추천토록 지시한 것은 바로 나”라며 “참여정부의 인사 추천 시스템은 총리의 인사 개입 여지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박 전 수석은 “산업자원부 추천으로 석탄공사 사장 1순위에 올랐던 곽씨가 탈락한 뒤 남동발전 사장에 취임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당시 강원도에 있는 석탄공사 사업장 상당수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돼 정무적 배려로 강원도 출신 사장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곽씨가 석탄공사 사장 선임에서는 탈락했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1순위 후보까지 올랐기 때문에 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토록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박 전 수석은 “한 총리가 이 과정에 개입한 적도 없고 개입할 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당시 대통령, 총리, 대통령비서실장이 월 2∼3회 정례 오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공기업 사장 임명에 대해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따졌다. 박 전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사추천위원회 자리를 제외하고 인사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답변했다.
곽씨가 한 전 총리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선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2002년 8월 당시 대한통운 서울지사장이었던 황모씨도 법정에 나왔다. 황씨는 “곽씨가 ‘귀한 분에게 드릴 것이니 돈을 가져오라’고 전화해 2000만원을 들고 골프백화점에 갔다”며 “한 전 총리에게 주기 위해 골프채를 산다고 곽씨가 말했고, 골프백화점에서 골프채를 미리 골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씨는 “나는 한 전 총리가 오기 전 자리를 떴기 때문에 골프채를 사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황씨가 대한통운 서울지사장으로 있으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일로 기소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검찰에 골프채 관련 진술을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골프백화점에서 모자 하나를 선물로 받았을 뿐 골프채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해 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