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관전 포인트… 한명숙 ‘유·무죄’ 여부가 최대 변수
입력 2010-03-17 21:18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17일 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서울시장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판세는 오세훈 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다른 주자들과의 격차는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재판 결과다. 한나라당은 차세대 기수로 불리는 40대 후보들, 즉 오 시장, 원희룡 나경원 의원간 3파전으로 치러질 경선의 흥행몰이로 본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 전 총리의 무혐의가 입증될 경우엔 선거구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무죄일 경우 야당의 ‘정권 심판론’은 엄청난 동력을 얻을 수 있고, 유죄 판결이 나와도 정치 재판이라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사장의 진술이 워낙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설령 유죄 판결이 나와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론이 이미 형성됐다는 얘기다.
더욱이 6·2 지방선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5월23일) 직후에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한 전 총리의 재판 결과에 따른 파급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들은 한 전 총리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온다는 점을 전제로 자신이 최적의 ‘한명숙 대항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경선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오 시장은 높은 지지도와 함께 지난 4년간 서울시정을 이끈 경륜을 무기로 내세운다. 원 의원은 여당 내에서 유일하게 무상급식 공약을 내세우는 등 개혁 이미지가 강해 중립지대 유권자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나 의원은 ‘여성의 상대는 여성’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며 미래지향적 이미지로 한 전 총리에 맞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책 경쟁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2002년 ‘청계천 복원’, 2006년 ‘뉴타운 및 용산공원 개발문제’에 이어 2010년 선거에선 오 시장의 ‘광화문 광장조성’과 원 의원이 주장하는 ‘철도지중화 사업’이 도시개발 사업과 관련한 쟁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발 공약보다 세종시 문제, 무상급식 전면 실시 등이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에 있어 한나라당 후보들은 “행정부처 대거 이전으로 수도 서울의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대부분 수정안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원 의원은 정치적 중재론을 내세우고 있고, 나 의원은 ‘신중한 국민투표론’을 제시하는 등 해법에는 차이가 있다. 반대로 참여정부의 핵심인사였던 한 전 총리의 경우 원안 고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급식의 경우 민주당은 초·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고 밀어붙일 태세다. 반면 원 의원은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나 오 시장과 나 의원은 이에 반대하는 등 확실한 차별성을 두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