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판결 분석] 처벌 강화했다지만… 관대 판결 바꾸기엔 역부족
입력 2010-03-17 21:28
지난해 9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 형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8일 제23차 회의에서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아동 성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양형위도 결국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양형위는 수정안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범행, 등굣길이나 엘리베이터, 학교 주변 등 특별보호 장소에서의 범행에도 특별가중요소를 반영해 가중처벌을 가능토록 했다. 아동 대상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술에 취했다는 사정을 감경 요소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안도 포함됐다. 당시 양형위는 “조두순 사건과 같은 유형의 범죄에는 최대 무기징역이 권고형량으로 제시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양형위는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범행에 대한 규정을 ‘각기 다른 시기에 5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범행을 저질렀을 때’로 정의하고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에도 불구하고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처벌 관행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피해 어린이가 2∼4명일 때는 특별가중요소로 적용할 수 없다는 맹점도 있다. 법원은 “현행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르면 된다”고 밝혔지만 다수범 처리 기준은 세 번째 범죄까지만 가중 처벌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 번째 피해자에 대한 범행은 다수범 처리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특별가중요소로도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의 양형기준은 두 명 이상에게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다수로 보고 가중처벌토록 하고 있다. 수정안에는 여성계 등이 강력히 요구했던 ‘극심한 중상해를 입혔을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