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작업 공간 개선에 근무시간까지 자율… ‘워크 스마트’ 바람 분다

입력 2010-03-17 21:06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앉아만 있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집중하는 ‘워크 스마트(Work Smart)’의 시대가 왔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변하는 근무 환경 속에서 직원들의 근면성, 즉 ‘워크 하드(Work Hard)’만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업무 방식으로 창조 여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워크 스마트 환경 조성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생산라인을 제외한 전 사업장에 ‘자율 출근제’를 도입했다. 오전 7시∼오후 1시에 자유롭게 출근하고 8시간 근무한 뒤 알아서 퇴근하는 제도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시간낭비 요인을 없앰으로써 업무 효율과 창조 여력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그룹에선 지난해 삼성전자가 처음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과장급 이하 직원이라도 팀장 직을 부여, 개발업무를 이끌게 하는 식의 조직문화 유연화도 추진하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똑똑하게 일하는 직원이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근무시간뿐 아니라 작업공간과 일하는 방식, 아이디어 소통 채널을 개선하는 것도 워크 스마트의 필요조건이다. KT가 지난달 서초동에 새로 마련한 사옥 ‘올레캠퍼스’에는 유선전화기와 직급·조직별 구분대가 없다. 대신 유무선 융합(FMC) 시스템이 구축돼 직원들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스마트폰의 사내 포털로 구내식당의 대기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사무실 한쪽에는 간섭받지 않고 집중 근무할 수 있는 1인 업무공간도 있다.

SK텔레콤도 전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키로 하고 사내 포털 확인에서 전자결제까지 가능한 모바일 오피스 구축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LG텔레콤은 이달 초 임직원 100여명으로 구성된 ‘블루보드’를 출범시켰다. 각 부서별로 선발된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혁신 아이디어를 교환·논의하는 사내 소통기구다. 다양한 제안과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결집하는 것도 워크 스마트의 하나다.

기업뿐 아니라 공무원 사회도 워크 하드 관행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6일 직원들의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줄이고 자기계발 시간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문서작성 대신 휴대전화·이메일 등을 통한 내부보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보다 근무시간이 짧고 노동생산성은 높은 선진국 기업들은 워크 스마트의 선배들이다. 일본 의류회사 유니클로는 개인 책상, 회의실 의자, 업무 중 잡담, 저녁 7시 이후 조명이 없는 ‘4무(無) 오피스’로 유명하다. 미국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선 직원들이 1개월 분량의 프로젝트를 2주 만에 끝낼 경우 나머지 시간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다.

안병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신세대 인력일수록 조직에 대한 헌신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므로 이들의 조직 몰입을 위해서도 워크 스마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