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원자재값… 한국 경제 암초
입력 2010-03-17 18:44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다. 니켈 등 일부 원자재값 상승률은 1년 사이 100%를 훨씬 넘었다.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기대 심리와 중국의 전략적 비축 확대에 이어 최근 칠레 지진까지 겹친 탓이다. 일부에서는 투기세력의 개입도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암초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7일 지식경제부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월 둘째주 거래된 구리 평균가격은 t당 7463달러로 지난해 3월 한 달 평균가격인 3750달러의 약 2배에 달했다.
유연탄도 3월 둘째주 평균가격은 t당 93.5달러로 전주보다 1.5달러 하락하긴 했지만 지난해 3월 평균가격인 61.8달러보다 51%가량 상승했다. 니켈의 경우는 지난해 3월 평균가격이 t당 9696달러였다가 이달 둘째주 평균 2만1923달러를 기록해 무려 126%나 급등했다.
철광석 가격 역시 크게 올랐다. 지난해 3월 t당 70달러 안팎을 기록하던 철광석 현물가격(중국 주요항 기준)은 지난 12일 137.5달러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배럴당 4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 들어 8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이런 원자재 가격 상승은 농산품 등 여타 원자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입업협회가 주요 원자재 30개 가격을 지수로 만든 KOIMA지수는 2월 282.82를 기록해 전월에 비해 다소 하락하긴 했으나 지난해 같은 달(216.3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지난해 바닥을 쳤던 세계 경기가 회복 단계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 유럽 금융위기와 더블딥(이중 침체) 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주요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경제회복 기대감을 높이며 원자재 수요가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해외자원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달 발표한 ‘신3고와 한국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원자재 및 중간재 해외조달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 철광석, 유연탄뿐 아니라 유가도 오르고 있고, 앞으로 경기회복에 따른 실질 수요 증가로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면서 “원자재 수입자금을 지원하고 원자재 관련 금융을 강화하며 원자재 방출량을 확대함과 동시에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바꾸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