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석-87석… 이라크 野 깜짝 약진

입력 2010-03-17 20:54


17일 공개된 이라크 총선 잠정 개표 결과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가 80%까지 개표를 진행한 결과, 친미 성향의 현 집권당 법치국가연합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반미 세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가장 강력한 야권 세력인 이라키야 연맹은 법치국가연합보다 9000표(약 0.2%) 정도 더 많은 표를 얻고 있다. 아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이라키야는 친미 정권을 비판하면서 사담 후세인 잔존 세력(바트당)과 소수종파인 수니파를 모두 포용해 세력을 규합하는 데 성공했다. 중부 지역 5개 주에서 고른 지지를 얻어 8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시 반미 성향이 강한 이라크국민연맹(INA)도 67석을 차지하면서 제3세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INA는 미국과 이란을 모두 배제한 ‘자주적 이라크’ 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북부지역의 쿠르드연맹은 38석을 차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세 야권 세력의 예상 의석은 192석으로 새 의회 총 325석 중 과반수를 훨씬 넘는 규모다. AFP통신은 “이라키야와 INA 쿠르드연맹이 긍정적인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정권교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INA에 참여한 사드르계(Sadrist)가 약진한 것은 미국에 뼈아픈 결과라고 지적했다. 사드르계는 이라크 전쟁 초기부터 시아파 내에서 반미 저항운동을 가장 강력하게 펼쳐왔다. 2005년 선거는 거부했고, 이번 선거에서는 일부 후보가 바트당 후보들과 함께 출마를 금지 당했다. 그럼에도 집권세력의 텃밭인 바그다드와 남부지역에서 빈민가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은 개표가 진행될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투표 직전에는 과반수에 약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잠정 개표 결과에선 이라키야와 같은 87석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법치국가연합은 나머지 소수 세력 규합에 나섰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개표에 참여한 관리들이 이라키야와 결탁하고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