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TAD “위안화 절상땐 세계 경제 위기”
입력 2010-03-17 18:23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미국 등과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자칫 중국 경제가 휘청거려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해외 투기자금이 중국으로 몰려드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다.
UNCTAD는 16일 정책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길 경우 국제 경제에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7일 보도했다.
UNCTAD는 “중국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시장에 환율을 맡기면 과거 일본이 엔화 절상으로 일으킨 위기와 비슷한 위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에 대해 강경하게 반발하는 것도 일본의 선례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5년 미국의 주도하에 선진국 간에 이뤄진 ‘플라자 합의’로 엔화 평가절상을 했다. 이로 인해 기업 채산성이 떨어지자 일본은 대폭적인 통화 공급 완화 및 금리인하를 실시함으로써 유동성 과잉 등 부작용을 낳으며 10년 장기 불황을 맞았다.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금융연구소 샤빈(夏斌) 소장은 “위안화 절상이 미국의 대외 무역 적자를 개선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은 80년대 일본의 엔화 절상을 강요했지만 결국 일본의 경제만 침체시키고 미국의 무역불균형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을 전제로 해외 투기자금이 대거 중국으로 몰려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UNCTAD는 “금융시장에 투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면서 “각 나라가 힘을 합쳐 전 세계적인 금융 투기행위를 막아야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환율 압박보다는 ‘국제환율규제기구’를 만들어 외환시장 안정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UNCTAD는 권고했다.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부장은 “UNCTAD가 중국의 환율정책을 지지한다기보다는 세계 경제의 안정을 바라는 뜻에서 이런 의견을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부장은 “중국 당국은 환율정책에 있어 시의성과 자주성, 점진성 등 3가지 원칙은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입장”이라며 “갑작스런 위안화 절상 등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미국 다국적 기업들에 미국의 환율 압박을 저지하는 데 나서 주도록 촉구했다. 중국 상무부 야오젠(姚堅)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위안 환율 문제에 대한) 그들의 견해와 요구를 표명하길 희망한다”면서 “그것이 세계 무역을 촉진시키고 함께 보호 무역을 반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