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교회 박동재 목사가 7년째 태국을 찾는 까닭 “코리안 드림 근로자 현지의 가족들 모두 감싸야 할 식구”
입력 2010-03-17 20:39
매년 태국을 심방하는 목사가 있다. 그가 찾는 가정은 돈벌이를 위해 한국에 온 태국인 근로자들의 고향 집이다. “나그네를 돌아보고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심방을 한 지 7년여, 목사가 방문한 태국 곳곳에서 복음의 싹이 움트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박동재(61) 오산교회 목사를 만났다. 왜 태국 심방을 하냐고 물었다. “태국 근로자들도 모두 우리 교회 가족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이 일을 하라고 계속 미시는 데 안할 수가 있어야죠.”
오산교회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주변에는 중소기업들이 많고,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다. 오산교회는 2002년 9월 마지막 주일에 태국인교회 창립예배를 드렸다. 그 얼마 전 태국 여성 3명이 주일 예배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동두천 낙원교회 내에 있는 태국인교회에 출석하는 데 너무 멀어서 오고가기 힘들다며 도움을 청했다. 이에 오산교회는 교회 3층 방송실을 태국인들의 모임 장소로 제공했고, 태국인 성도가 20∼30명으로 늘자 당회실을 태국인 예배실로 내놨다.
태국 심방은 그 다음해 1월 시작했다. 그 때는 낙원교회의 태국 단기선교 길에 동행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6박7일간의 선교 경험은 박 목사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줬다. 오산교회 태국인 성도 4명의 가정을 차례로 방문했는데, 마치 가족이 돌아온 것처럼 따뜻하게 맞이해 준 것. 박 목사 일행은 그들에게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그 화면을 보면서 밝게 얘기 나누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고 한다.
박 목사는 이후 매년 1∼2번씩, 지금껏 11번 태국을 심방했다. 매번 10명 안팎의 교역자와 성도들이 동행했고, 한 번 심방을 갈 때마다 10여 가정을 방문했다. 태국 근로자들의 신앙생활과 기숙사 생활,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뿐 아니라 한국의 눈 내리는 겨울 풍경 등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교회와 근로자들이 준비한 선물, 성경책 등도 챙겼다. “시집간 딸네 집을 찾아가는 친정 엄마처럼 이것저것을 준비했다”고 박 목사는 설명했다.
심방팀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항상 대만을 경유해 방콕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이용했고, 현지에 도착하면 바로 차량을 타고 장시간 육로로 이동했다. 치앙마이부터 농카이, 농부람푸, 우돈타니 등 밀림과 산길을 헤치고 태국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길이었다. 일행이 도착하면 수십㎞씩 떨어진 곳에서 이모, 삼촌 등 친인척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그 집으로 몰려왔는데 심방팀이 가져온 동영상과 편지를 보고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 박 목사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찬송을 불러주고, 함께 예배를 드렸다.
“지난달 쿤먼이라는 여성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쿤먼이 쓴 편지를 읽어주자 늙은 어머니가 저를 껴안고 한참을 울더군요. 저도 참을 수 없어 함께 울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편지에는 로마서 말씀과 어머니에게 신앙생활을 권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7년여간 태국인들을 섬기고 심방하는 과정에서 남푸항남교회, 방버교회, 수안나쿠아교회, 위앙치앙롱교회 등 4개 교회가 오산교회와 관계를 맺고 현지에 세워졌다. 한국 체류 기간이 끝나 귀국했거나, 강제 출국된 태국인 근로자들이 고향에 돌아가 전도에 열심인 사례도 있다.
박 목사는 태국 심방을 통해 해외선교의 새로운 비전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의 태국 선교 얘기는 조만간 ‘태국 행전’이란 이름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