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돈으로 사업자만 배불리는 민자도로
입력 2010-03-17 17:54
국고, 즉 나랏돈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다. 이를 쓰는 주체는 정부와 공무원이다. 국민은 정부가 잘 써줄 것으로 믿지만 그 믿음이 훼손되는 일이 자꾸 벌어지면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
지난해 7월 개통된 ‘서울∼춘천 고속도로’ 민자사업자가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로 편입 구간 거주자인 함형욱씨가 국토해양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 끝에 얻어낸 하도급 내역서에 따르면 민자사업자인 서울춘천고속도로㈜는 하도급 부분금액 1조1333억원 중 56%인 6502억원만 하도급 업체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사업비 2조2725억원의 이 도로는 국고가 9773원이나 들어갔고 서울춘천고속도로㈜ 투자액이 3237억원, 나머지는 금융권 대출 등이다. 2조2725억원 가운데 사용처가 드러난 것은 하도급 지급액 1조1333억원인데 그나마 실제로 지급된 것으로 기재된 금액은 5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4%는 몽땅 민자사업자 주머니로 간 것인지,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다 어디에 사용됐는지 아리송하다.
서울춘천고속도로㈜는 44%에 자재비와 직영 공사비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이 같은 항목은 하도급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 나머지는 4600억원의 토지보상비와 물가상승률 반영분 등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하다.
지금까지 민자도로에 대해 적지 않은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계산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랏돈이 새나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 민자도로가 예측통행량을 부풀린 다음 개통 후 최소운영수입보장금으로 엄청난 나랏돈을 챙겨간다. 사업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정부 내 민간투자심의위원회는 업체가 가져온 서류에 그저 도장만 찍는 곳인지 답답하다.
함씨는 이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4년간 소송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겨우 얻어낸 자료가 이렇게 의문투성이다.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거나 아니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