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기 韓銀총재에 대한 기대와 우려

입력 2010-03-17 17:54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내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앙은행총재회의를 무난하게 이끌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미국 유학 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했으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꾸준히 경제 현안을 천착해 왔다. 문민정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그리고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정책 개발·추진에 두루 참여했다.

그는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거쳤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조세연구원장, KDI 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았다. 지향점이 조금씩 달랐던 역대 정부에서 늘 중책에 기용된 것만 봐도 김 내정자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임을 알 수 있다.

다만 김 내정자의 강점이 금융통화정책의 중심에 선 한은 총재의 역할 수행에서도 잘 작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 내정자가 경제수석 재임 때 서민물가, 이른바 ‘MB물가’ 안정책을 내세웠던 만큼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은과 상통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당장 한은이 감당해야 할 과제들을 김 내정자가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다. 과잉 유동성 조율을 위한 출구전략이 우선 거론된다. 늦어지면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렵고, 빨라지면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그간 한은은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해 온 반면 정부는 시기상조론을 내세워 한은을 압박했다. 이는 한은의 독립성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 내정자는 “한은의 독립성은 정부로부터 독립을 말하는 것이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듣기에 따라선 대통령의 권한이 한은 독립의 상위개념인 것으로 들린다.

한은과 정부의 조율은 당연하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에 집착해 성장과 경기회복을 강조하는 주장은 자칫 멀지 않은 장래의 인플레이션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보다 독립적으로 자리매김해야 옳다. 김 내정자의 역량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