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게으른 사냥꾼 악어거북

입력 2010-03-17 17:45


다 자라면 몸무게가 70∼80㎏까지 나가는 악어거북은 민물에 사는 거북 중에서 가장 크기도 하거니와 등갑의 앞쪽에서 뒤쪽으로 길게 3줄로 된 크고 두드러진 융기와 큰 머리, 강력한 턱을 가지고 있어서 거북세계의 공룡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남동부지역에서 멕시코만으로 흘러들어가는 담수 유역에 사는데, 다 자라면 큰 강, 운하, 호수, 늪, 강의 깊은 바닥에 살고, 어린 것들은 작은 하천에 산다.



악어거북은 생긴 모습만큼이나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무법자이자 무서운 사냥꾼이다. 하지만 다른 사냥꾼들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사냥법이 있다. 물속 진흙바닥에 몸을 감추고 입만 크게 벌린 채로 먹잇감이 오길 꼼짝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입만 벌린다고 감나무의 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악어거북은 여기에 자기만의 독특한 비법을 더했다.

악어거북의 혀 끝에는 실지렁이처럼 보이는 분홍색의 살이 있는데 이것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미끼처럼 물고기를 유혹하는 것이다. 먹이인 줄 알고 다가온 물고기를 순식간에 덮쳐서 통째로 삼키거나 강력한 턱으로 물어서 두 동강을 내버린다. 악어거북의 무는 힘은 대단해서 사람의 손가락도 순식간에 잘릴 정도다.

악어거북의 사냥법은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불필요한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고도의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니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움직이지 않고 먹이를 기다리는 동안 악어거북의 등갑에는 이끼가 파랗게 자라난다.

거북은 다른 파충류와 마찬가지로 폐호흡을 한다. 즉 숨을 쉬기 위해서 물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악어거북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물속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는 악어거북의 사냥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악어거북은 한번 물 속에 들어가면 40∼50분이나 버틸 수 있다. 별도의 산소통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산소의 소비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산소가 부족할 때는 머리와 심장처럼 중요한 기관에만 집중적으로 산소가 든 혈액을 보냄으로써 산소소비를 줄이는 지혜를 발휘한다.

악어거북이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은 일 년에 단 한 번, 암컷이 알을 낳기 위해 봄에 강둑으로 올라올 때다. 다른 파충류처럼 악어거북의 알도 부화온도에 따라서 암수 성별이 결정되는데, 너무 높거나 낮은 온도에서는 암컷들이 부화되고, 중간온도에는 수컷이 태어난다. 암수가 동일한 비율로 태어나기 위해선 부화온도가 28도 내외가 되어야 하기에 물속 환경뿐 아니라 물밖 환경도 악어거북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