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키 대회전서 불운겪은 한상민 “올림픽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0-03-17 18:28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선수를 대한다는 건 불편한 일이다. 더구나 그 경기가,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무조건 4년을 기다려야 하는 올림픽이라면 더욱 그렇다.
2010 밴쿠버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남자 알파인 좌식스키 대회전 경기가 진행중이던 17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캐나다 휘슬러 크릭사이드의 선수 대기실을 찾았다. 한국 대표팀의 메달 기대주였던 한상민(31)이 1차 레이스에서 넘어져 경기를 포기한 직후였다. 여러 사람에 둘러싸인 채 태연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 종목의 유력 우승후보였다. 지난해 연말 잇따라 열린 국제대회에서 2위와 3위를 했고, 지난 1월 월드컵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밴쿠버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도 경기 전 프리뷰에서 한상민을 이날 경기에서 우승한 마틴 브라센탈러(독일)와 함께 우승후보로 소개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모든 상황이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당초 경기가 예정됐던 20일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왔는데 날씨 탓에 일정이 갑자기 사흘 앞당겨졌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은 계속 비가 쏟아졌다. 그는 “슬로프 상태도 좋지 않았고 고글에 빗방울이 맺혀 시야 확보도 어려워 애를 먹었다”고 했다.
날씨를 감안, 조심스럽게 경기운영을 하다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속도를 높였던 게 넘어진 원인이었다. 그는 “중반을 넘어가니 마음이 급해졌고 더 빨리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속도를 냈다”며 넘어질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상민은 “아쉽죠. 정말 오랫동안, 많이 준비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금메달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하는 모양”이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한상민은 한국의 유일한 설상(雪上)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8년 전인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패럴림픽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이 벌써 3번째 패럴림픽 참가다.
지난 토리노 대회에서는 2라운드 막바지에 결승선을 앞두고 넘어져 분루를 삼켰다. 처음으로 참가한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는 영광을 누렸지만 이어진 2번의 올림픽에서는 불운이 그를 쫓아다니고 있는 셈이다.
서른을 넘긴 나이를 언급하며 향후 선수생활에 대해 묻자 한상민은 “평창에서 (2018년) 동계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는 계속 금메달에 도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14년 소치 대회와 아직 개최지가 확정되지 않은 2018년까지는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한상민의 올림픽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휘슬러=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