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던 귀한 자녀들 믿음의 자녀로… 장애우 돌보는 춘천 소양교회
입력 2010-03-17 20:35
장애인은 영원한 아웃사이더인가, 외계인인가? 답은 ‘아니다’이다. 장애인은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해주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강원도 춘천시에 장애아도 하나님의 귀한 자녀임을 일깨우고 그들을 지역사회와 소통시키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교회가 있다. 소양교회(담임 이원호 목사)가 그곳이다.
10여 년째 소양교회의 ‘주말학교’에서 예배를 드리는 배용근(20)씨는 토요일만 되면 용케 알고 스스로 커다란 성경을 챙긴다. 도대체 토요일인지 어떻게 알고 교회 가자고 보채는지 궁금해 하는 배씨의 어머니 장순남(50·신북장로교회)씨, 주말학교 교사인 변춘자(54) 권사를 15일 만나 소양교회의 주말학교를 포함한 장애인 사역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날 장씨가 운영하는 ‘즐거운 우리집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배씨는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그의 파리한 입술, 새빨간 두 손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배씨는 해맑게 웃어 보였다. 그의 곁에는 든든한 어머니 장씨가 있었다. 장씨는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아들로 인해 하나님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배씨는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를 가진 1급 복합장애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을 영접했어요. 처음에는 하나님은 이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이런 자식을 주신다는 목사님 말씀에 내 입장이 아니라 모른다고 발끈했지요.”
그러나 나중에 목사님 아들이 병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장씨는 부끄러웠다. 또 아들보다 더 나쁜 상태의 장애인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에 감사했다. 아들로 인해 온 가족이 하나님을 섬기게 된 것에도 감사했다.
‘남에게 폐 끼치지 말자’란 신조로 배씨를 양육하던 장씨는 장애인 주간보호소에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했다. 아동센터를 하고보니 농촌지역의 아이들 문제가 눈에 띄었다. 이혼한 가정, 조손가정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을 만져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난달부터는 승합차를 몰고 집집마다 돌며 19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센터 근처에 있는 신북장로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했다. 장씨도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소양교회에서 신북장로교회로 옮겼다. 장씨의 노력 덕분에 거칠고 외로웠던 아동센터 아이들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배씨를 포함해 주말학교에서는 13명의 장애인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들은 14년째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예배드린다. 주말학교는 병으로 아들을 잃고 언젠가 이런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던 이 목사와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새로 부임해온 전도사의 부인인 신영옥 사모, 이미 적십자나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하던 변 권사 세 사람의 뜻이 모아지면서 일사천리로 만들어졌다. 주말학교에서는 예배를 드리고 난 후 배변, 레스토랑 이용하기, 쇼핑 등의 훈련을 한다.
“아이들은 어디를 가든 주님의 솜씨가 느껴져서 그런지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 속에서 예배드리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매주 야외학습을 나가요.”
또 유치부 교사로 20여년을 섬기고 있는 변 권사는 아이들을 처음 만나면 3주간 성경의 내용을 가지고 장애인에 대한 설교를 한다. 설교 내용은 하나님은 장애인을 어떻게 보고 얼마나 사랑하는지, 장애인이 우리 교회에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다. 그 결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아이들이 잘 알고 있어 주말학교 아이들 중 일부는 주일에 연령별 통합예배도 드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주말학교가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13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나가면 대안이 없고 봉사자가 한정돼 더 많은 아이들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 주일에 통합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주말학교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더 많은 장애아들을 보듬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이 문제를 놓고 봉사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소양교회는 이밖에도 지역 장애인들을 위해 반찬, 목욕 봉사 등을 하고 있다.
춘천=글·사진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