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판결 분석] 아동 성범죄자 10명중 9명, 법정형보다 낮은 형량 선고

입력 2010-03-17 21:26

만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 10명 중 9명 정도가 법정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 등 사법부로부터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해 7월 양형기준 시행 이후 지난달 중순까지 전국 법원에서 선고된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 152건의 1심 판결문(징역형 이상)을 모두 분석한 결과 단일 성범죄(경합사건 제외) 혐의로 기소된 115건 가운데 102건(88.7%)이 법정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것으로 17일 집계됐다.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아동 대상 성범죄를 별도로 규정, 성인 대상 성범죄보다 법정형을 높였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양형기준 역시 형량 상한을 높여 재판부에 더욱 엄정한 처벌을 권고했지만 실제 형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본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법정형이 징역 7년 이상인 13세 미만 아동 대상 강간죄의 경우 피고인 14명 중 13명(92.9%)에게 7년 미만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법정형대로 징역 7년 이상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1명에 불과했다.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인 아동 대상 강제유사성교 혐의로 기소된 11명 중에서도 5년 미만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8명(72.7%)에 달했다.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인 강제추행 피고인 90명 중에서도 81명(90.0%)이 법정형에 미치지 못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양형기준 상 권고형량을 준수했는지를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 118건 중 권고형량을 지킨 1심 판결은 107건(90.7%)이었다. 양형기준은 법정형에 피고인의 범행 정황 등을 고려해 형량의 감경 및 가중이 가능토록 한 제도다. 하지만 분석 결과 권고형량보다 낮게 선고한 판결도 11건이나 있었다. 여기에 권고형량 범위 내에 있지만 하한 형량을 선택한 판결 70건, 권고형량 범위 중 중간 이하 판결 29건을 더하면 93.2%(110건)가 관대한 처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2건 이상의 범죄를 저질러 가중처벌 대상인 68건 중에서는 34건(50.0%)이 양형기준 권고형량의 하한 형량을, 5건(7.4%)은 하한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을 선고받았다. 흉악범들이 범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은 것이다. 152건 중 나머지 34건은 재판부가 판결문에 양형기준에 따른 양형이유를 기재하지 않아 분석이 불가능했다.

152건의 평균 형량은 28.5개월로, 양형기준 시행 이전인 2008년의 29.6개월(대검찰청 통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본보는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전체 사건 중 강간살인·치사·상해 사건은 양형기준이 성인 대상 성범죄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본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해당 통계가 없다”고 밝혔다.

선정수 양진영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