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의 폭언·폭행 ‘밑바닥 삶’…女기수 자살이후 인권사각 드러나

입력 2010-03-17 18:09

한국마사회가 최근 발생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유일한 여기수 자살사건 이후 기수들이 제기한 인권유린 사례에 대해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앞으로 2개월 내 기수들의 경마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분야의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한국마사회와 기수협회가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마공원 측에 따르면 경쟁력을 위해 우수 기수 및 경주마 발굴, 상금 인상, 외국인 기수 영입 등의 공격 경영을 하면서 일부 기수들 사이에 불만감이 팽배한 상태다.

특히 지난 12일 공원 내 유일한 여기수인 박모(28)씨가 ‘무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기수와 마필관리사에 대한 인권유린 주장이 제기돼 왔다.

기수와 마필관리사들은 “말 배정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조교사(말을 훈련시키는 감독)가 폭언과 심지어 폭행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필관리사는 “경마장 내에는 마필관리사 숙소도 없어 마구간 한쪽에 임시로 마련한 골방에서 7∼8명이 새우잠을 청한다”며 “말보다 더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저 임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조교사가 받는 상금 중 우리에게 얼마가 정상적으로 배정되는지조차도 모른다”며 “조교사들은 물론 경마장 측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투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수들은 “경주마 배정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교사의 횡포에 불만이 팽배하지만 할 수 없이 참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숨진 여기수는 유서에서 “난 참 긍정의 사고를 지녔는데 경마장이 이렇게 바꾸어 놓는다. 내 자존심 또한 남아 있질 않게 밑바닥으로 떨어뜨린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경남경마본부 관계자는 “일부 조교사들의 폭언이 남발하는 등 근무환경이 거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조교사에 대한 정기적인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등 인권이 존중되는 경마장이 되도록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