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 韓銀총재’ 통화정책 제목소리 낼까… 김중수 한은총재 내정 배경·전망
입력 2010-03-16 01:09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에 대한 지인들의 평가는 ‘균형감각을 갖춘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독립성이란 측면에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강하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 결정과 금융감독체제 개편 등 경제부처와 첨예하게 의견이 맞서는 핵심 사안에서 통화정책 당국의 목소리를 낼 강단과 소신, 정권 내 기반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통하는 김 총재의 취임으로 금리 인상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릐“통화정책 독립성 약화 우려”=“한국은행도 정부다.” 이성태 현 한국은행 총재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 내정자의 통화정책관을 읽을 수 있는 한 마디다. 김 내정자는 최근 KBS 1라디오에 출연해 “한은이 정부 정책과 잘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내정자와 함께 일해 본 관료나 학자들은 김 내정자의 이 말처럼 앞으로 한은이 각종 현안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경제부처 간부는 “비전이나 소신을 갖고 일을 강단 있게 추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정부와의 갈등 소지가 있는 사안인 경우 불협화음보다는 공조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책 경제연구소의 한 박사는 “김 내정자의 전공이 경제발전론 쪽이어서 금융 분야를 깊이 다뤄본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소신을 갖고 통화정책을 펴기가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한은 독립성 측면에서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보다도 더 나쁜 선택이라고 본다”며 “김 내정자의 친정부 성향과 정권 내 취약한 기반 등을 감안할 때 출구전략 시기 결정과 한국은행법 개정 등 현안에서 기획재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릐비둘기파의 등장…출구전략 더 늦춰질 듯=전문가들은 김 내정자가 정부와 정책조율 등을 강화하면서 실물경기 회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최대 관심사인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시기는 다소 늦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전략부장은 “정부는 원활한 경기 회복을 위해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김 내정자 역시 조속히 금리를 올리며 선제적인 출구전략을 구사하기보다 후행적인 출구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식·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비둘기파’로 평가받는 김 내정자의 성향 상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늦어질 수 있고 긴축 우려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김 내정자가 ‘한국은행도 정부이며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을 이미 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 채권시장 강세(채권가격 상승, 금리는 하락)에 불을 지필 것”이라며 “현재 시장은 금리 인상 시기를 빨라야 7월, 하반기로 예상하는데 김 내정자의 영향에 따라 내년으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병우 정동권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