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회사 차린 ‘TV쇼 진품명품’ 감정위원 김영복씨 “고미술 유통, 정직한 사랑방 역할 할 것”
입력 2010-03-16 19:45
KBS 1TV ‘TV쇼 진품명품’ 고서(古書) 감정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영복(56·사진)씨가 고미술품 중심의 경매회사인 ㈜옥션 단을 차렸다. 옥션 이름은 김씨의 호 단잠(檀岑), 새 날을 여는 아침 단(旦), 우리말 단단하다와 달콤하다는 의미의 단 등에서 따왔다. 오는 26일 서울 수송동 전시장에서 여는 첫 경매에는 고서화를 비롯해 201점을 출품한다.
이 가운데 조선시대 정조가 1790년부터 7년 동안 자신의 고종사촌이자 추사 김정희의 할아버지인 김이주와 추사의 양아버지 김노영 등에게 보낸 친필편지 40통이 시작가 3억3000만원에 경매된다. 인삼이나 먹, 부채, 달력 등 여러 가지 물품을 보낸다는 내용의 일상적인 글로 추사 집안에 보낸 정조 어필로는 보기 드문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또 1816년 오헌 김계온이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을 본떠 75폭의 그림을 그린 뒤 161수의 시문(詩文)을 붙인 9권짜리 ‘와유첩(臥遊帖)’이 시작가 15억원에 나오고, 이중섭이 숨지기 전 1955년쯤 그린 ‘돌아오지 않는 강’(추정가 3억∼6억원), 일본의 근대화가 우메하라 류자부로(梅原龍三郞)가 포도문양백자에 꽂혀 있는 장미를 그린 ‘조선백자에 핀 장미’(2억원) 등이 경매에 부쳐진다.
1970년대 서울 인사동 고서적 전문책방인 통문관에서 일하다 90년 문우서림을 낸 김 대표는 “정직한 거래와 투명한 감정으로 우리 고미술품 유통의 사랑방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미술에 비해 고미술품은 그동안 제 살 깎아먹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곳에서 몇 천만원하던 것이 다른 곳에서는 억대를 호가하기도 했으니 누가 믿겠어요?”
김 대표는 “고미술은 오랜 세월 동안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받지만 현대미술품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고서와 고미술에 안목을 키운다면 고부가가치 수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서적의 가치와 전통미술품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연구·감상·감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투명하지 못한 거래와 잦은 감정 시비 때문에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고미술계가 옥션 단의 출범을 계기로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하지만 김 대표가 개인 경매사를 운영하면서 ‘진품명품’ 감정을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방송은 고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하는 것”이라며 “조금도 잡음이 없도록 공과 사를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