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들 “중국은 환율 조작국”
입력 2010-03-16 19:18
미국과 중국 간 환율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발언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반박하고, 미 의회가 다시 중국을 공격하는 등 마치 선전포고를 앞둔 분위기다.
미 의회 의원 130명은 15일(현지시간) 집단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그들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게리 로크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행정부가 중국 환율정책에 강력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가장 강력한 대(對)중국 경고이자, 원자바오 총리의 위안화 환율 입장(14일)에 대한 재반박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위안화가 결코 평가절하돼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간의 미국의 요구를 일축했다.
미 의원들은 “중국의 환율조작에 따른 충격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된 게 아니다”며 아예 ‘환율조작국’으로 간주했다.
그들은 이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 및 다른 주요국들과의 협력으로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다음달 15일 발표될 재무부의 환율정책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라고까지 촉구했다. 미 정치권이 중국에 대해 이런 공세를 퍼붓는 건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를 몰고 가기 위해 하원 세입위는 오는 24일 중국 환율 청문회를 열어 현황 분석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들”(샌더 레빈 세입위원장)까지 논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행정부에 요구할 구체적인 조치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때맞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리스턴대 교수도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라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 정책이 세계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강력한 행동을 요구했다.
위안화 절상 문제는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이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해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문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는 일자리 200만개를 더 늘리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수출을 2배로 증대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수출 진흥을 위해선 위안화 절상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는 지난 11일 수출 진흥 관련 연설에서도 “중국이 좀 더 시장친화적인 환율정책을 써야 한다”고 직접 거론했었다.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무역 보복 등 양국의 경제 갈등은 최고조를 향해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무기 판매와 달라이 라마 접견 등 정치적 대립에 이어 경제적 갈등까지 악화되면 양국 관계는 당분간 정상 궤도를 이탈할 수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