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광우] 꽃이 있는 사무실

입력 2010-03-16 19:19


“꽃은 인간이 대자연 속에서 발견해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꽃만큼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사물도 흔치 않다. 기쁜 축하행사 자리에는 항상 꽃다발이나 꽃바구니가 있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할 때에도 꽃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주변에서 꽃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정원에 화초를 가꾸는 가드닝(gardening)이 일상화된 외국과 달리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는 일상적으로 꽃을 접할 기회가 매우 제한되어 있고, 꽃꽂이나 꽃바구니 등 실내에 놓아두는 관상용 꽃 소비도 미미한 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화훼류 소비액은 1990년대에 비해서는 크게 늘었으나 2005년부터는 2만870원에서 2006년 1만9315원, 2007년 1만8735원, 2008년 1만7847원으로 최근 몇 년째 감소하는 추세다. 네덜란드 11만원, 스위스 15만원, 노르웨이 16만원 등 화훼 소비가 많은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격차가 매우 크고 이웃 일본에 비교해도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이처럼 화훼류 소비가 줄어든 것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큰 원인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꽃 소비패턴이 일상 생활화되지 못하고 축하용, 근조용 등 경조사 위주의 특수소비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절화류는 입학식과 졸업식, 어버이날, 스승의날, 생일 등 축하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87%에 이를 정도로 특수 소비에 치중되어 있다.

꽃 소비가 줄어들다 보니 가격이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국내 화훼농가의 소득도 점점 감소하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농자재 가격, 유가 등 생산비가 계속 증가하면서 화훼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화훼생산자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절화협의회와 aT는 최근 ‘꽃이 있는 사무실 조성’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 달여 동안 국회, 공공기관, 구청 등 관련기관 100여개 사무실에 관상용 꽃꽂이를 보냄으로써 장기적으로 사무실에 꽃을 비치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 일과를 사무실에서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무실이 컴퓨터와 각종 서류들로 가득 차 다소 삭막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바쁜 업무 중에 잠깐이라도 밝고 화사한 꽃에 시선을 줄 수 있다면 사람들의 기분이 한결 밝아지고 사무실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꽃을 공급받은 여러 사무실에서 “사무실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고 밝혀오기도 했다. 회사에서 항상 꽃을 비치해두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사무실 분위기 개선, 업무능률 향상뿐 아니라 어려운 우리 화훼 농가를 도울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올 봄에는 각자 가정과 사무실에 자그마한 화병이나 화분을 비치해두고 항상 꽃을 가까이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래서 일 년 내내 모든 가정과 사무실, 그리고 화훼 농가가 다 함께 활짝 웃음꽃을 피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광우 농수산물유통공사 유통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