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현장을 가다-④ 한국도로공사] “본업에 충실하자”… 감원·자산 매각 ‘슬림 경영’

입력 2010-03-16 21:18


경부고속도로가 올해로 개통(1970년 7월 7일) 40주년을 맞는다. 전국 고속도로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도공)로선 뜻 깊은 해다. 2008년 6월 취임한 류철호 사장은 하이패스(무정차 요금결제 시스템) 이용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44% 수준이던 하이패스 이용률을 올해 55%까지, 2012년엔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하이패스가 많이 사용될수록 요금소 주변 정체가 해소되고 차량 배기가스도 줄어 ‘그린 하이웨이’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도공은 하이패스 활성화와 함께 진입로 신호 조절, 주말 요금소 진입 교통량 조절, 하이패스 나들목 시범설치 등으로 길 막힘을 해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 도공은 올해 개통 예정인 6개 고속도로 노선의 공사기간을 최대 27개월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공기 단축으로 2310억원에 달하는 물류비가 절감될 전망이다.

완벽한 제설시스템 구축도 도공의 주요 과제다.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및 도로기상정보체계 구축, 자동 염수분사장치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폭설 때는 도공 경영진과 노조집행부가 모두 비상근무체제로 제설작업에 매달렸다. 류 사장은 “수도권에는 눈이 쌓여 교통대란이 일어났지만 고속도로는 비교적 원활하게 소통됐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부사장을 지낸 류 사장은 도공의 첫 민간경영인 출신 사장이다. 그는 취임과 함께 공기업 특유의 방만 경영에 대한 수술에 나섰다. 우선 4559명에 달하던 정원을 507명이나 줄였다. 영업소 관리 인력을 1곳당 3.6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고 지역본부의 중복인원도 줄였다. 46개 지사도 39개로 감축했다.

통행료 수납과 단순유지보수 업무는 100% 외부 업체로 옮겼다. 안전순찰 업무도 2012년까지 60% 정도를 민간에 위탁할 계획이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12.4% 인하했으며 자산 매각에도 나섰다. 2011년까지 8개 출자회사 가운데 6곳을 팔고 66만5000㎡ 규모의 유휴부지도 2012년까지 매각할 예정이다. 류 사장은 “쓸데없는 일 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곧 공기업 선진화”라며 “공사 중인 노선을 조기에 개통하고 관리와 운영을 선진화하겠다”고 말했다.

도공은 오는 10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7회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세계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집중하고 있다. ITS 대회는 각국의 자동차·교통 관련 석학과 기업인, 고위 관료들이 한데 모이는 ‘교통 올림픽’이다.

‘ITS를 활용한 유비쿼터스 사회’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대회엔 80여개국 3만명이 참가하며 부산 벡스코 내 1000여개 부스에서 각종 신기술과 제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도공은 학술행사와 기술전시회를 열어 국내 ITS 기술의 해외 진출 교두보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류 사장은 “이번 ITS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국 고속도로 체계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도공은 2012년까지 수목 1000만 그루를 심는 ‘로화수(路花樹) 1000 프로젝트’를 시행, 푸른 고속도로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또 매년 4000여명이 참여하는 헌혈뱅크를 운영하고 교통사고 유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