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한항공, 용병 바꿨지만 효과는 별로네
입력 2010-03-16 21:26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아성에 눌려 한번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한 대한항공 배구단. 첫 우승을 향한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초유의 조치를 단행한다. 감독교체에 이은 용병교체.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시즌 중 감독을 바꾸는 것은 병가지상사. 그런 팀이 공격의 절반을 책임지는 용병을 바꾸는 것은 비상식에 속한다. 세터와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최소 몇 달간의 시간이 필요한 배구의 특성 때문이다.
그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한항공은 시즌 종반에 접어든 지난 달 15일 5라운드부터 브라질 출신 대체용병 레안드로(27)를 투입했다. 앞서 뛰던 불가리아 출신 밀류셰프(26)로는 우승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게다가 레안드로는 2006∼2007시즌 삼성화재에서 뛰면서 득점왕과 MVP를 차지해 이미 검증된 선수라는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뛴 9경기에서 팀이 거둔 성적은 16일 현재 6승3패.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진 것은 그럴 수 있다하더라도 지난 달 28일 신생 우리캐피탈에 진 것은 이번 시즌 최대 이변이었다. 레안드로가 가세하기 전 대한항공은 파죽의 10연승을 거두며 2위(18승6패)로 잘나가던 팀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팀 컬러 상 이같은 부진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년전 삼성화재에서 뛸 당시 삼성배구의 모든 것이 레안드로에 맞춰져 있었다. 최고수준의 수비조직력과 세터 최태웅의 토스는 모두 레안드로를 위해 존재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밀류셰프가 버티긴 했지만 신영수 강동진 김학민 등 젊은 토종공격수의 다소 거칠지만 파워넘치는 투혼으로 연승을 달려왔다. 대한항공은 지난 달 2일 토종선수만으로 삼성화재를 3대0으로 완파하는 등 자신만의 팀 컬러를 완성해가던 참이었다. 레안드로라는 해결사를 데려왔지만 팀 컬러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었다.
레안드로는 16일 상무전서 24점을 올리는 등 지난 9경기서 삼성시절과 비슷한 경기당 25점을 기록했지만 기복있는 플레이를 자주 보였다. 범실은 삼성시절(경기당 10개)보다 적은 경기당 6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타점이 낮아 자주 상대 블로킹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첫 우승을 향한 대한항공의 꿈이 실현될 지는 오는 31일부터 펼쳐지는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가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