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은 왜 겨울철에 잦나?… 긴 밤 추위가 ‘마수’ 부른다
입력 2010-03-16 19:34
그들의 본색은 주로 겨울에 드러났다. 이웃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길태를 비롯해 조두순, 강호순, 정성현(안양 초등생 납치살해범) 등이 벌인 납치 성범죄는 범행 시점이 12∼2월에 몰려 있다. 강호순이 자행한 납치살인 사건 8건 가운데 6건이 12월과 1월에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여름철에 잦은 성추행과 달리 성폭행은 거리에 인적이 드물고 해가 일찍 저무는 겨울철에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남들이 범행을 볼 수 없는 때,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탓이다. 대개 인파로 붐비는 곳에서 남의 몸을 만지거나 더듬는 수준에서 끝나는 성추행과는 양상이 다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6일 “성폭행은 행인이 적고 숨기 쉬운 야간에 많이 벌어진다”며 “겨울에는 해 지는 시각이 이르기 때문에 밤이 길어져 관련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겨울은 수업이 적고 학생 관리가 느슨해지는 학기말이나 방학 기간이어서 거리로 나오는 학생이 늘어난다.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때보다 범행 대상을 찾는 범인의 눈에 띄기 쉽다.
날이 춥고 빨리 어두워지는 탓에 아이들이 범인 집으로 따라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말했다. 범인이 인근에 살면서 낯이 익은 사람이면 아이들을 손쉽게 꾀어낼 수 있다. 실제 김길태와 정성현은 피해 학생과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이웃 아저씨’였다.
겨울은 성인에게 접근하기도 용이한 계절이다. 강호순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고 있는 여성들에게 차를 태워주겠다며 접근했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겨울에는 인적이 드물고 추위로 몸이 움츠러드는데다 주위를 잘 살피지 못해 범행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경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