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현장검증… “기억 안난다… 모른다” 한때 재연 거부 뻔뻔

입력 2010-03-16 18:59

16일 실시된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사건 현장검증에서도 김길태(33)는 뻔뻔했다. 2시간30분간의 검증에서 김길태는 성폭행과 살인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재연을 거부했고, 이양의 시신 유기에 대해서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경찰을 대역으로 내세웠다.

오전 10시쯤 경찰의 삼엄한 감시 속에 부산 사상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김길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호송차에 올라탔다.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입을 떼지 않았다.

오전 10시10분쯤 첫 번째 현장인 덕포동 이양 집에 김길태가 도착하자 인근 주택 옥상 위에 몰려있던 주민 1000여명 가운데서 “나쁜 놈, 모자 벗겨라” “네가 사람이냐”는 등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11개 중대 경력을 배치, 주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김길태는 이양의 집을 아느냐는 물음에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현장검증 과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재연을 잠시 거부하기도 했지만 골목길에서 2m 높이 다락방 창문을 통해 이양집 화장실로 내려가는 상황을 재연했다.

이양을 대신한 마네킹을 상대로 납치 상황을 재연하며 이양이 반항했느냐고 경찰이 묻자 “증거가 있다니 할 말은 없는데 데리고 간 기억은 안 난다”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현관문을 나선 김길태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140m가량 떨어진 무속인의 집(성폭행과 살해 현장)으로 향했다. 5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서 실시한 비공개 검증에서 김길태는 성폭행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물증을 제시하자 “그러면 내가 한 게 맞는 것 같다”고 마지못해 시인했다.

무속인의 집을 나온 김길태는 바로 옆 빈집을 거쳐 5m 떨어진 물탱크(이양 시신 유기장소)까지의 범행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시신 유기 과정은 김길태의 거부로 대역을 통해 이뤄졌다. 김길태는 이어 자신의 옥탑방과 검거 장소인 H빌라의 옥상 등에서 낮 12시40분쯤 현장검증을 마쳤다.

한편 경찰은 이양의 시신이 버려진 물탱크 안에서 발견된 검은색 비닐봉지 내 휴지뭉치에서 김길태와 이양의 DNA가 추가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부산=윤봉학 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