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실태 평가 실적나쁜 기업 공개안해… 공정위, 대기업 감싸나

입력 2010-03-16 21:33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18곳을 상대로 공정거래 실태를 평가해 결과를 발표했으나 ‘양호 미만’ 등급을 받은 기업은 이름을 밝히지 않아 감싸주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16일 2010년 1분기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평가에서 LG화학, 두산중공업 등 7곳이 90점 이상인 ‘우수’ 등급을, 롯데햄 등 3곳이 85점 이상인 ‘양호’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이 현금지급, 협력사 자금지원, 기술개발 및 교육훈련 지원 등을 이행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평가는 지난해 1분기 처음 시작돼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협약은 대기업과 협력사가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을 약속하고 1년 후 공정위가 이행상황을 평가한다. 공정위는 결과에 따라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올해 1분기의 경우 95점 이상의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었다. 이와 함께 종전처럼 ‘양호 미만’으로 분류된 8곳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평가 결과가 좋은 기업들을 칭찬만 할 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에 대해선 입을 다문 셈이다. 지금까지 평가를 받은 58곳 중 양호 미만 판정을 받은 회사는 전체의 41.4%에 달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상생협력 참여에 부정적인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미 협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다시 협약을 맺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협약률을 높이기 위해 비공개로 한다는 공정위의 설명과 달리 실제 재협약을 맺는 비율은 매우 낮다. 지난해 협약을 맺은 40곳 중 다시 협약하겠다고 응한 회사는 5곳에 불과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기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들이 다시 협약을 맺는 데 망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