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 본격도입 10개월밖에 안남았는데… 기업 4곳중 1곳, 준비 못하고 눈치만
입력 2010-03-16 18:56
국내 기업 4곳 가운데 1곳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준비조차 못하고 있다. 기존 회계기준과 기본적 원칙부터 다른 IFRS는 당장 내년부터 상장법인, 금융회사에 적용된다. IFRS가 도입되면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준비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도 든다.
하지만 기업들은 눈치를 보며 의사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자산 규모 1000억원 미만)을 중심으로 IFRS 도입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준비에만 평균 6개월 걸리는데…=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의무 도입 대상 1190곳 가운데 75.1%(894곳)만 IFRS 도입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기업 1925곳(상장기업 1672곳, 금융회사 25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자산 규모별 도입 준비율은 1000억원 미만이 66.1%, 1000억∼5000억원 미만 77.0%, 5000억∼2조원 미만 90.7%, 2조원 이상 98.4%였다. 기업들은 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로 다른 회사의 도입 시기 고려(47.6%), 단기간 준비 가능하다는 판단(22.0%), 경영진 의사결정 지연(15.9%) 등을 꼽았다.
평균 준비기간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경우 일반기업은 6.1∼18.7개월, 금융회사는 8.0∼21.3개월로 나타났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을 때 일반기업은 6.0∼14.0개월, 금융회사는 7.5∼17.0개월이 걸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 1000억원 미만 기업도 최소 평균 6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 평균 도입 비용은 일반기업 2억8300만원, 금융회사 27억3900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무엇이 달라지나=IFRS 도입에 따라 자산·부채 평가 방식, 연결재무제표 작성에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회계기준은 자산이나 부채를 평가할 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지만 IFRS는 현재 가치를 따진다. 실제 가치를 반영하면 자산이나 매출, 부채 등에서 상당한 변동이 불가피하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자산이 높아지면서 기업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반면 부채비율도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IFRS는 자회사, 해외법인을 모두 포괄한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관계회사 간 매출(연결재무제표에서 연결회사 간 매출은 내부거래로 간주해 삭제)이 많거나 부실한 자회사를 보유한 회사는 부정적 효과가 크다. 금감원에 따르면 IFRS 도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회사 비율은 41.4%에서 68.2%로 높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저평가됐던 우리 기업들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IFRS가 원칙주의를 뼈대로 하고 있어 여전히 대다수 기업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