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株 묻지마 투자 개미들 ‘거품’에 빠질라
입력 2010-03-16 18:57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다. ‘묻지마 투자’가 벌어지고 신생 스팩도 우후죽순처럼 설립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벌써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증시에 상장된 서류회사다. 비상장 우량기업과의 M&A에 성공하고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는 스팩 주식을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16일 미래에셋스팩1호는 증시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 12일 코스닥시장 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이날 종가는 2340원. 1500원이었던 공모가 대비 56%나 올랐다. 지난 3일 코스피시장에 상장됐던 대우증권스팩도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뛰고 있다.
이들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건 개인투자자들이다. 개인들은 미래에셋스팩1호를 3거래일 동안 151만주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05만주, 7만7000주를 팔아치웠다.
일단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스팩 투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평가한다. 소액으로도 기업 M&A시장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이면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보존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행법상 스팩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한국증권금융이나 신탁사 등에 예치해야 하는데, 스팩이 3년 내에 M&A에 실패하고 해산될 경우 이 돈을 보유 주식 수에 맞춰 돌려주게끔 돼 있다.
그러나 A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스팩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론상으로 스팩은 M&A 대상 기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할 때 주식 거래가 늘고 주가가 움직이게 된다. 그것도 스팩 상장 1년 후다. 1년 이내 M&A를 단행하면 그에 따른 차익에 대한 고율의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팩 투자열풍은 투자 실체가 없는 ‘껍데기’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격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미래에셋스팩1호의 실제 유통 가능 주식 수가 적은 것(827만여주)을 노리고 투기 세력이 개입해 주가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팩이 원래 목적대로 우량 기업을 제대로 M&A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스팩 설립에 나서면서 무한경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까지 현대·동양·신한증권의 스팩 상장이 예고돼 있고, 교보-KTB·메리츠·부국·HMC·신영·키움증권 등이 스팩 설립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들 스팩들이 1∼2년 후면 동시다발적으로 M&A를 추진할 것이 뻔해 우량 기업 선점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M&A를 비싼값에 진행하거나 M&A 성사 압박에 쫓겨 부적격 기업을 과대평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송영훈 상장제도팀장은 “스팩 주가는 M&A가 가시화되기 전엔 스팩의 자본금 등 순자산 가치를 반영해 공모가 수준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며 “이상열풍에 휩쓸려 묻지마식으로 투자했다간 손해 보기 쉽다”고 경고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