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파는 KT링커스·화장품 만드는 웅진코웨이 등 돈만 된다면… 기업들 ‘변신’은 무죄

입력 2010-03-16 21:37


KT 자회사인 KT링커스는 다음달부터 원두커피 자판기 보급 사업에 나선다. 1988년 한국공중전화관리주식회사로 출범한 KT링커스는 공중전화 관리 서비스가 주된 업무였다. 하지만 ‘1인 1휴대전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중전화 대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영 실적이 악화됐다. 현재 전국에 9만7000대가량 설치된 공중전화를 앞으로 3년 안에 8만275대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게 방송통신위원회 방침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존 사내 인력을 활용한 유통사업을 모색하던 KT링커스는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라바짜(LAVAZZA)’와 손잡고 원두커피 자판기를 국내에 보급키로 했다. 현재 4개 총판과 계약 후 전국에서 대리점을 모집하고 있다.

KT링커스 관계자는 “기존 KT링커스의 유지 보수 인력, 차량, 공간을 활용하기에는 유통과 물류 쪽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사업 경과를 지켜본 뒤 유통 분야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이색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간판 업종을 바꾸기도 하고 미래의 사업 환경에 대비해 여러 업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탐색전을 펴기도 한다.

최근 생활가전 업체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정수기 제조 업체인 웅진코웨이가 화장품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것을 비롯해 스팀청소기 등으로 유명한 한경희생활과학은 이미 2008년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오앤(O&)’을 선보였다. 헤어드라이어 등 이미용 기기로 유명한 유닉스전자도 이달 초 미용재료 유통 신규 법인인 유닉스뷰티를 출범시킨 데 이어 색조화장품 등으로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활가전 업체들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기존 고객층과 유통망이 어느 정도 겹친 영향이 크다. 생활가전과 화장품 수요자들이 대체로 여성이며 홈쇼핑과 방문 판매의 비중이 높기 때문.

일부 기업들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다양한 업종을 정관에 추가하며 신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해 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도시를 뜻하는 유비쿼터스 도시 건설업과 평생교육시설 운영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문화 확산에 따라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업과 인터넷 방송업을 사업 목적에 올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주총에서 해운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주력 사업인 조선 업황의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데다 기존 조선업과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비·보안 업체인 삼성그룹 자회사 에스원은 19일 주총에서 ‘분묘분양 및 장례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안팎의 환경 변화가 빨라지면서 기업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일이 빈번해졌다”며 “당장 진출 계획이 없더라도 향후 시장 변화에 대비하는 포석 차원에서 사업 목적을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천지우 기자 hgkim@kmib.co.kr